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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발이토기·옥패·송화벼루…6000년 중국 문물을 만나다
학고재갤러리 ‘중국고문물특별전’

신석기~청대 도자기 등 131점 전시

4000년전 토기 그림 마치 추상화 연상

청나라때 어제용 송화강석 벼루 눈길

중국의 옛 문물 한자리서 감상 기회


삼발이 토기가 아니었다면, 현대 공예가의 작품으로 오인했을 것이다. 홍색ㆍ백색ㆍ황색의 단순하고 힘찬 도안은 현대 추상화를 보는 듯 하다. 간결하면서도 조화롭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4000년 전에 제작된 ‘신석기시대 하가점문화 채색 삼족 도격’은 과거 인류의 심미안이 현대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역사는 ‘순환’이며 창조란 ‘복제’의 다른 모습이라는 명제가 절로 떠오른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대까지 장장 6000년 역사의 중국 문물과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함영저화(含英咀華):중국고문물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도자기 33점, 옥 제품 28점, 금속 제품 13점, 문방구 및 기타 공예품 57점 등 총 131점이 나왔다. 35년간 중국 고문물을 탐구한 박외종 학고재 고문이 국내외 컬렉터 10여 명에게 대여해 온 소장품들이다.

‘옛것을 배우고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학고창신(學古創新)’에서 이름을 딴 학고재는 2010년 이래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전시를 기획해 왔다. 이번 ‘함영저화’전은 2010년 ‘장왕고래’와 2015년 ‘추사와 우성’전 이후 세번째 기획전시다. 과거 두 번의 전시가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살폈다면, 이번엔 과거만 살펴본다. 상업갤러리에서 중국 고미술 전시가 열린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고재 갤러리는 “전통에 깊이 들어가본 사람만이 전통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며 “백화제방한 봄날의 정원 같은 중국 고문물의 숲 속에서 꽃봉오리를 입에 물고 꿀샘에 고여있는 꿀맛까지 보자는 의미로 ‘함영저화’로 전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남송ㆍ원대 청백유 수골 나한상(12~14세기)’이다. 고된 수행 생활에 몸이 야위어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지만, 형언할 수 없이 평온한 미소는 내면의 법열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옷가지의 주름을따라 푸른 음영이 비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만 유약을 바르고 나머지는 백토를 그대로 구워냈던 당시 조각예술기법이다. 박외종 고문은 “이 조각의 디테일을 보면 당대 최고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중국에서도 이런 작품은 몇 점 안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은 6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홍산문화 옥인수패’다. 신석기시대 사용했던 옥패로 크기는 어른 손가락 두마디 정도에, 사람의 얼굴 형상이 정교하게 조각 돼 있다.

가장 비싼 작품은 ‘원(13~14C) 청화백자 신화고사 필산’이다. 7개의 산봉우리 앞에서 용과 싸우는 검사를 도자기로 빚었다. 사용한 붓을 내려 놓는 거치대로, 같은 도상이 없어 그 희귀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추정가는 약 6억원이다.

뿐만아니라 옛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방사보인 ‘벼루’도 선보인다. 단계석, 흡주석, 증니, 송화강석 등 최고품으로 꼽히는 벼루가 나왔다. 청나라 건륭황제때 어제용으로 제작된 송화강석 벼루인 ‘청건륭 송화강석 어옹도연명’은 폭이 6.8센치에 불과하다. 직위가 높을 수록 크고 좋은 벼루를 썼던 당시 풍습으로 미루어 볼 때, 황제벼루인데도 크기가 작은 것이 의외다. 박외종 고문은 “눈으로 보는 벼루이자 마음으로 가는 벼루”라고 설명했다.

“대만 고궁박물원을 가지 않고도 국내서 귀한 문물을 감상할 기회”라는 학고재 갤러리 관계자의 말 처럼 중국의 옛 문물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수 있어, 마치 대만 고궁박물원이나 중국 유수의 박물관 전시를 축소한 듯 하다. 전시는 내달 2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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