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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그 젊은 엄마와 그 70대 노인
“너희가 사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기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눈에 들어온, 가장 가슴 아픈 말이다. 후세들만은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하지 않게끔 하자는 절실함.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후세들이 같은 집회현장에 있다는 안스러움.

지난 26일 촛불집회에는 190만명이 동참했다. 우리나라 인구(2016년 10월 현재 5160만명)의 3.7%다. 미국 덴버대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는 ‘3.5% 법칙’을 주장했다. ‘총인구의 3.5% 이상이 평화시위를 하면 정권이 무너진다’

‘3.5% 법칙’이 먹힌 걸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곁가지가 붙어 있다. ‘국회가 정해주면’ 그에 따르겠다고.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가 속절없이 옥신각신할 테니 그만큼 시간을 벌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무서운 함정”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루만인 30일 여야가 갈리고, 여당 내 친박ㆍ비박이 쪼개졌다. 박 위원장 등 야3당 대표들은 이날 회동에서 “임기단축을 조건으로 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곤 박 대통령에겐 즉각퇴진을 재차 촉구했다. 다시 핑퐁게임이다.

정치권은 함정에 빠졌다. 함정인 줄 알았던 박 위원장조차 알면서도 빠질 수 밖에 없는 ‘무서운 함정’이다. 비난의 대부분은 부실한 담화에 나선 박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다. 그럴지언정 정치권에도 분명 파편은 튄다. 관중(국민)이 보기엔 양 쪽 모두 ‘공을 받으면 어쩔 줄 모르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먼저 정해주면 나가겠다”와 “먼저 나가면 정하겠다”는 닭ㆍ달걀 싸움만 할 것인가.

이제 전향적으로 나서자. 국회는 박 대통령 퇴임시점과 추천총리를 속히 정하자. 국정수습을 위한 첫걸음이다. 탄핵은 별도로 그대로 추진하자.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또다른 걸음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한 퇴임시점을 수용하고, 이에 맞춰 물러날 것임을 다시 한번 공개 천명하자.

이러면 최소한 정국의 불확실성은 걷힌다. 이후 일사불란한 정국수습은 추천총리와 정치권의 몫이다.

한달 남짓 국가가 무정부 상태다. 국가 수반으로부터 비롯된 혼란이기에 충격이 크다. 게다가 수습마저 어설퍼 한동안 여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자는 ‘삼읍일사’(三揖一辭)를 말했다. “벼슬길에는 세 번 사양하며 신중하게 나아가고, 물러날 때는 한번 사양하고 지체 없이 떠나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나아갈 때 엄중했을지 모르나, 물러설 때 질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광화문이다. 청와대 관저에서 촛불민심을 지켜봤을지 모르는 박 대통령은 이제 다음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왜 그 젊은 엄마는 갓난쟁이를 유모차에 태워서까지 광화문광장에 나왔을까?”

“왜 그 70대 노인은 90대 노모를 업고서까지 촛불을 들고 있었을까?”

이번 주말에도, 다음 주말에도 그 젊은 엄마와 갓난쟁이, 그리고 그 70대 노인과 90대 노모가 또 촛불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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