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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간의 만삭체험기]④만삭임산부의 일상은 피ㆍ땀ㆍ눈물이더라
<디지털, 모바일 온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직 디지털 콘텐츠는 1도 잘 모르는 기자들이 일하는 미디어 랩 HOOC. 평범한 소재에서부터, 희한한 대상까지, 색다른 관점과 디지털 문법으로 공감을 전합니다. 그 첫 번째는 1주일의 만삭체험에 나선 남편이자, 예비 아빠의 체험 이야기 입니다.>

[HOOC=서상범 기자]10kg 무게의 만삭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그동안 시작, 업무,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 모든 것들이 힘들고 눈물 나는 경험이었지만, 이번 편이 진짜다. 지난 세 편이 촛불이라면 이번 편은 횃불이다. 만삭으로 일상을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일주일동안 나는 일상이 바뀌는 경험.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심지어는 고통스러워지는 경험을 했다. 
아이는 엄마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엄마.제가 정말 미안해요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잠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기자는 정말 잠을 잘 잔다. 베개에 머리만 대도 코를 골고, 한번 잠이 들면 좀처럼 깨질 않아서 별명이 잠만보(일생이 잠인 포켓몬스터 캐릭터)다. 
그!런!데! 도저히 체험장비를 한 1주일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일단 똑바로 누우면 10kg의 무게가 배를 누른다, 아니 짓누른다. 눌린 배의 장기가 호소하는 고통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임산부들이 옆으로 누워 잠을 잔다고 한다. 

하지만 낯선 변화에 몸은 그렇게 쉽게 적응을 허락하지 않았다. 또 자연스럽게 배가 나온 것이 아니라, 체험장비 내부의 물주머니(양수역할을 한다)가 있어 출렁거림이 온 몸으로 느껴져 신경이 곤두섰다. 여기에 어깨 결림은 덤이다. 장비를 차고 있는 내내 배 앞으로 무게가 쏠리다보니, 이를 지탱하는 어깨가 나도 모르게 부담을 받았던 것.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다리가 참을 수 없이 저린다. 하루 종일 늘어난 무게의 하중을 힘겹게 견뎠던 무릎과 종아리가 쉴 새 없이 비명을 지른다. 그야말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은 느낌에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이 다돼서 소파에 앉아 30분 정도 깜박 잠이 드는 하루를 반복해야 했다. 
밤새 뒤척이다가 아침이 되면 대충 이런 정도의 얼굴이 된다.아내는 말했다. "어서와, 임산부 체험은 처음이지?"

이렇게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출근을 할 생각을 하면, 그냥 정말 전쟁이라도 나서 지구가 멸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만삭에도 일을 하는 워킹맘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냥 초인이다)

잠 외에도 눈물 나는 일상의 경험은 부지기수다. 우선 평소 즐겼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임산부의 경우 술은 물론, 커피와 같은 기호품도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다. 임산부가 섭취하는 모든 것들이 태아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자의 경우 평소 하루에 4~5잔의 커피를 마시는 데, 1주일간의 체험 동안은 하루 1잔을 마셨다. 혹자는 디카페인 커피(카페인을 뺀 커피)를 마셔야 진정한 체험이라고도 했지만, 미안하다.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일상의 고통은 끝이 나지 않는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활동 역시 변한다. 그 중에서도 배변활동이 헬(HELL)이다. 우선 방광의 압박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 볼일을 보게 된다. 임신을 하면 태아가 산모의 장기를 압박하는데, 그 중에서도 방광을 직접적으로 압박해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요의(尿意ㆍ오줌이 마려운 느낌)를 느끼게 된다. 기자의 체험 장비에도 모래주머니가 있어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 힘을 주지 못하는 고통을. 1주일동안 화장실에서 느껴야했다.사진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큰일을 볼 때도 고역이다. 힘을 줘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복부를 압박하는 무게는 내 의지대로 힘을 배분하지 못하고, 나에게 변비라는 무력함을 선물했다.(여기에 실제 철분제를 복용하는 산모들은 약 성분으로 인해 변비로 고생한다고 한다)

야외 활동 역시 큰 결심이 필요하다. 우선 몸이 무겁다보니 장시간 걷거나, 활동적인 일은 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동선은 최단으로, 장소는 실내를 찾게 된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보니, 주차공간이 잘 구비된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을 우선적으로 찾는다. 자연스럽게 체험 기간의 주말에 기자가 선택한 야외 활동은 영화보기였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편하게 영화를 보려고 거금을 들여 침대형 좌석을 선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앞서 말한 수면의 고통처럼, 180도로 눕혀지는 침대는 쾌적한 영화 관람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영화 상영 내내 나는 등받이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왜 비싼 좌석을 끊어놓고, 즐기지를 못하니...)
양말을 신으려면, 튀어나온 배가 쉴새없이 방해한다

이 외에도 허리를 굽히지 못하다보니 양말은 앉은 채로 다리를 꼬아 겨우 신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일도 겨우겨우 허리를 부여잡고서야 가능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단순한 일마저도 힘이 들었다. 특히 모든 활동을 하면서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심스러움과 부담감이 커져, 제대로 무언가를 하기 힘들었다.

이처럼 만삭의 몸으로 맞았던 1주일의 일상은 눈물이 나는 것, 그 이상의 전쟁터였다.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전쟁이자, 변화하는 몸을 적응하려는 처절한 몸부림.

이 과정에서 기자가 느낀 것은, 임신이라는 것이 마냥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 힘겹고 고난한 현실의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현실은 오롯이 산모 혼자가 감당해서는 안 되는, 남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배려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때, 비로소 그 고난함이 조금이나마 덜어다는 걸 배웠다.
다음시간에는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임산부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배려"라는 주제로 찾아오겠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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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만삭체험기①…남자, 만삭이 되다
7일간의 만삭체험기②…남자, 만삭워킹파더가 되다
7일간의 만삭체험기③…남자, 만삭으로 대중교통 이용하다

*대중교통 체험편은 영상으로도 제작됐습니다.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HOOC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확인하기 클릭

<덧붙이는 말. 기사가 나간 후 정말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남편도 꼭 시켜보고 싶다는 반응부터, 고생해줘서 고맙다는 응원 글까지. 독자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비판을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고작 1주일 체험해보고 뭘 안다고 이런 기사까지 쓰느냐라는 반응이었죠. 맞습니다. 제가 체험한 1주일은 실제 예비 어머님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해의 노력을 조금씩 해나가고, 경험을 전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이 너무나 많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ps. 저에게 군대는 다녀오고 이런 체험을 하냐는 분도 계셨는데요. 저는 2002년~2004년 8사단 수색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999k의 무게는 만삭 체험 장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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