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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선택 트럼프]트럼프 승리의 중요 원인… ‘기득권 힐러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돌아간 미국 대선 결과는 어느 면에서 봐도 이례적인 것이었다. 트럼프는 주류 정치의 ‘아웃사이더’ 수준을 넘어 ‘문외한’이었고, 성추문ㆍ탈세ㆍ막말ㆍ무지로 역대 최고인 70%에 육박하는 비호감도를 자랑했음에도 선택됐다. 아직 정확한 투표율은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얻은 표는 전체 유권자의 25%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인 현재까지 50%의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자기편(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바톤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 승리의 원인으로는 백인 인종주의,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 반세계화 물결 등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힐러리 개인의 경쟁력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류 정치권에 20년 넘게 몸담아온 그는 상당수 미국인들에게 그야말로 ‘부패한 기성 정치의 화신’처럼 비춰졌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ㆍ트럼프의 표현)’라는 최강 캐릭터를 만나 폭발력이 더욱 커진 것이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보안 지침을 어기고 사설 이메일 계정으로 기밀 사항을 주고받는다는 의혹을 받아 특권 의식이 도마에 올랐고, 이메일 중 일부는 ‘비선실세’라 불리는 후마 애버딘의 개인 노트북에 저장돼 있었다. 사건 수사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수사과정에서 수사당국과 접촉했고, 내부에서도 사건을 무마하라는 상부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결국 힐러리가 “매우 부주의했다”라면서도 불기소로 결론냈다.

남편과 함께 세운 클린턴 재단은 자선활동을 명목으로 사적수익활동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최순실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의혹들이다.

힐러리는 월가에서 고액 강연료를 받고 친(親)월가적인 강연을 해놓고서도 대중 앞에서는 금융규제를 약속할 정도로 표리부동했다. 또 남편인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세운 화이트워터 부동산개발 회사가 지역 토지개발 과정에서 사기를 친 사건으로 부부가 함께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트럼프의 어떤 치부를 가져다대더라도 작게 느껴지지 않을 이런 비리들은, 힐러리 역시 트럼프 못지 않은 비호감 후보로 만들었다.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울림을 얻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대선 레이스에서도 줄곧 힐러리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번 대선은 수차례 지적됐다시피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들 가운데 더 나쁜 이를 골라내는 선거였다. ‘○○에게 투표한다(Vote for)’는 말보다 ‘○○에게 투표하지 않는다(Vote against)’라는 말이 흘러넘쳤다. (트럼프 최종 득표율)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를 뽑은 것이 아니라, 힐러리를 뽑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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