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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대한민국은 괴뢰공화국이었던가…
100억원대 원정도박을 한 기업인이 징역형을 받는다. 그는 돈을 써 보석으로 풀려나려다 변호사와 다툰다. 전직 판사출신 변호사의 어마어마한 수입이 공개됐고, 전·현직 법조인들의 탐욕이 도마에 올랐다. 뒤이어 현직 검사장이 신화적인 벤처 기업인으로부터 주식과 편의를 제공받는 사실이 밝혀졌고, 국내 5위 재벌가의 맏딸이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뒷돈을 받는 혐의도 드러났다.

사건은 계속 확장된다. 이 재벌가는 비자금 의혹으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는다. 비리에도 해당 검사장의 승진을 승인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정수석과 돈이 관련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청와대가 특정 재단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모금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결국 최순실 사태로 이어진다.

그런데 블랙홀 인줄 알았던 최순실 사태는 알고 보니 빅뱅이다.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는 듯 하더니, 이젠 반대로 이와 연결된 모든 비리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이른바 ‘비선(秘線)’ 실세들이 최고권력자의 위세를 앞세워 나랏 돈을 빼먹고, 기업들과 뒷거래를 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나라 구석구석 최순실 일당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만 하다. 국민만 몰랐을 뿐 최순실이 실세인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는 뜻이다.

‘괴뢰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을 칭하던 말이다. 한자어인 ‘괴뢰(傀儡)’는 우리말로 ‘꼭두각시’다. 당시 북한군이 소련과 공산당의 앞잡이 군대라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를 ‘괴뢰집단’이라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 최순실 사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대한민국의 각종 공적시스템이 형식적인 기능만 하는 ‘괴뢰’인 사실이 드러나서다.

헌법 89조에 따라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행정부의 모든 정책은 사실상 국무회의를 거쳐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헌법82조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도 국무위원의 부서가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의 장관이 ‘각료(minister)’이지, ‘비서(secretary)’가 아닌 이유다. 지금의 국무회의는 심의가 아닌 실행기관으로 전락했다. 헌법대로 국무회의에서 치열한 심의가 이뤄졌다면, 최순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됐을까?

사법기능도 마찬가지다. 독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전횡하는 검사들이 있다. 막대한 수임료로 무장한 채 교묘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전관들도 있다. 현관들도 언젠가 전관이 됐을 때를 은근히 대비하는 듯 이를 눈감는다. 높은 자리가 더 성공적인 전관을 약속하는 만큼 인사권을 쥔 권력 앞에서는 ‘괴뢰’를 자처한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주식회사 최고의결기구는 주주총회이며, 주총에 선출된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이번에 최순실과 관련해 돈을 낸 기업들이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논의했을까? 정말 주주들의 손으로 뽑인 이사들이라면 과연 이런 사안에 침묵할 수 있을까?

시스템을 바닥에서부터 개혁할 때다. 지금처럼 ‘탐욕’으로 가득한 ‘비선’에게 조종당하는 ‘괴뢰’들만 존재한다면 대한민국은 ‘괴뢰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교육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탐욕’이 아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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