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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뭍사람들아, 펼친 입 다물지 못할 島다…
백령도 두무진~연화해변‘기암괴석 만국박람회’
용기포·사곶해변 둘러보고 한국 최초교회·최고령 무궁화 풍성한 볼거리




북서쪽 끝 백령은 외롭다. 그렇다고, 와 달라 애원하지 않는다.

천혜 비경의 품 속에서 건강하고 풍요롭기에, 안오시면 뭍의 님들이 손해 볼 뿐이다. 그는 작지만 당당하고 아름답다.

백령은 해금강과 앙코르와트, 하롱베이와 한려수도, 금강산과 홍도를 집합시켰고, 산청과 제천의 약초, 지리산의 야생동물, 청산도의 청정해물을 모아둔 곳이다.

영종도 보다 약간 작은 백령도는 물범과 꽃사슴이 마음 편히 노는 평화의 땅이고, ‘잠수함 타고 온 심청’ 등 숱한 이야기가 숨쉬는 곳이다. 누군가 건드린다면 국군과 유엔군이 즉각 적의 심장부를 향해 응징할 수 밖에 없는 평화민주 진영의 보루이기에 ‘불가침의 성역’이다.
백령도에서 배를 타면 신선들이 노는 바위 ‘선대암’을 거치면 ‘기암괴석 만국박람회’ 같은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무진은 이렇게 뭍사람들에게 천혜의 비경을 선물한다.

육지의 언니, 오빠, 삼촌 이모들이 오지 않는다 해도 아쉬울 건 없지만, 만약 님들이 오신다면 백령은 자신의 천국을 흔쾌히 내어줄 것이다.

꽃사슴이 뛰고, 물범 해표 노는~. 그곳에, 결실의 가을이 왔다.

육지를 잇는 용기포 선착장의 반대편, 백령도 북서쪽 두무진(頭武津) 포구는 큰 바위 너머로 ‘기암괴석 만국 박람회’가 늘 열리고 있다는 점을 숨긴다. ‘빅(Big) 다시마’ 건조장과 어선들만 내보인 채, 절경을 감췄다. 장군들이 회의하는 모양새라는 뜻의 두무진 포구를 여행 마친 뒤 되짚어보면, 그 ‘신비주의’가 시쳇말로 쩐다.

배를 타고 3분만에 만나는 곳은 신선들이 노는 바위, 선대암(仙臺岩)이다. 선종희 페리선장의 구수한 입담속에 선대암에 이르면, 바다새의 대명사 가마우지가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마우지는 물 속 깊이 잠수해 물고기를 포획하는 육해공 다기능 조류이다.

선대암에서 남동쪽 8시 방향으로 날카롭게 좌회전하면, 두무진은 그제서야 ‘기암괴석 만국 박람회’ 같은 비경을 활짝 열어젖힌다. 뱃길로 1시간 30여분간 두무진~연화(蓮花) 해변 일대를 왕복하는 동안, 입을 좀처럼 다물 수 없는 세계 최고 해양 파노라마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선대암을 지나면 촛대바위, 신선대, 병풍바위, 코를 바다에 담근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연인바위, 장군바위, 부처바위, 물범바위, 아기부처바위, 해금강, 부엉이바위, 잠수함바위를 차례로 만난다.

사암과 규암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돌탑은 앙코르와트 모양과 흡사하고, 거제의 해금강과도 닮았다. 높은 사각기둥 원기둥, 계란을 꽂아 놓은 듯한 모양 등의 바위섬은 울릉도와 하롱베이를 옮겨놓은 듯 하고, 연화해변으로 가는 해안 절벽 파노라마는 금강산의 만물상과 견줄 만 하다.

99m의 병풍바위, 백령도의 만물상 등 거대 산악 바위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우리 둘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 곧바로 연인이 된다는 ‘연인바위’와 “심청이가 연꽃 아닌 잠수함으로 귀환했다”는 주장의 원인을 제공한 잠수함바위 등이 있다. 선종희 선장이 제조한 ‘심청 잠수환 귀환설’은 현대적인데다 임팩트가 있어 몇 백년 후 정설이 될지도 모른다.

“와우!” 부처바위를 지난 뒤, 물범떼가 노니는 장면을 목격한 여행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해표(海豹)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331호이다. 한대지방에 대부분 살고 냉온대지방에 소수가 사는데, 백령도에 서식하는 우리나라 애들은 ‘점박이물범’이다.

물범들은 환호와 카메라 셔터 소리 요란해도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직이며 재롱을 피웠다. 최근 제주도 중문에서 구조됐던 물범 한마리가 국립수산과학원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합동치료를 받은 뒤 백령도로 방생된 적이 있어 더욱 반갑다.

자원이 넉넉한 백령도 사람들은 꿩, 꽃사슴, 물범 등 야생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를 거의 접해보지 못한 꽃사슴과 노루가 펄펄 놀다 가끔 교통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사람이 건드리지 않으니 육지에서 데려온 10쌍의 꿩이 30년이 지난 지금 수천마리로 불어났다. 호주 울룰루나 미국 요세미티에서나 들리던 ‘오지’의 소식을 백령도에서도 접할수 있다.

고려 충신 이대기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표현했던 두무진을 뒤로 한 채, 용기포쪽으로 되돌아가다 보면 백령섬 북동쪽에서 심청각을 만난다. 300석의 공양미에 팔려간 심청이의 투신 장소, 인당수가 코앞에 있다. 고지대에 2층짜리 성루 처럼 꾸민 심청각은 효 사상 교육장이자, 면회온 여친과 병사가 데이트하는 곳이다. 백령도는 예로부터 선박들의 쉼터이자 항해 점검 및 안전항해 제사 장소였는데, 심청전은 51% 이상 실제상황을 기반으로 했다는 촌평도 들린다.

용기포 남서쪽 바로 옆, 길이 3㎞, 넓이 250m 사곶 백사장은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썰물 때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해지는 천연 비행장이다. 세계에서 단 2곳인데,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보다 더 넓다. 단단해지는 이유는 모래가 석영 성분의 규조토이기 때문이다. 석영은 광물의 단단함을 표시하는 모스경도계에서 ‘옥(玉)’ 다음으로 깡깡하다. 화강암 성분인 장석보다 더 세다. 지금도 관광버스와 20t 트럭이 고속으로 모래밭을 달린다. 해병대 장병들이 모래턱 담장에 그림을 그려넣으면서 예술미를 더했다.

사곶해변 북동쪽 해변을 얕은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사곶해변을 등지고 숲으로 들어서면 바다가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이 무색할 정도의 정글이 나타난다. 화산활동이 있었던 곳이라 제주 곶자왈처럼 넝쿨이 나무를 휘감고,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은 나무는 어떻게해서든 살아보려고 하늘로 치솟아 날씬하다. 5분가량 언덕을 넘자 자갈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등대해안이 신비의 마을처럼 훤하게 펼쳐진다. 바위 갈라진틈 사이로 배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해식동굴엔 관광객이 드나들었다. 암석 뿐인데도 암석 벌어진 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해풍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소나무의 모습이 장하다. 용기포 북쪽에는 화산활동 흔적이 발견된 천연기념물 393호 ‘현무암 분포지’가 있다.

사곶 백사장 남쪽 끝은 만(灣)을 막아 호수로 만든 백령도 담수호 간척사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여행객들은 ‘초소형 대교(超小型 大橋)’를 만난다. 물막이 공사의 직선거리는 900m나 이뤄졌지만 연륙교 형태가 아닌 바다를 메우는 작업방식으로 진행됐기에 물살이 센 끝 부분만 다리를 놓아 실제 다리 길이는 18m이다. 이름은 엄연히 백령대교. ‘ㄷ’형 백령도를 ‘ㅁ’ 모양으로 바꾼 이 담수호는 평야를 낳아, 주민들이 섬에 살면서도 곡식 걱정 없이 살아가는 기반이 됐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던 백령도는 고대국가시절부터 군사ㆍ통상의 요충지였다. 천혜의 비경과 약이 되는 농수산물이 풍부하고, 남한 최초의 교회(중화동 교회)와 110년된 남한 최고령 무궁화 나무가 있는 웰빙, 평화, 애국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동쪽 끝 독도에 비해 사랑을 덜 받지만 군소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전부터 한국인보다 중국배가 더 많이 출몰하는 것이 섭섭하다. 지금 백령은 외로움을 달래준다면, 천국을 주겠다고 한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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