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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대전은요?” “국민은요?”
“전방은요?”

1979년 10ㆍ26 때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는 첫마디다. 당시 박 대통령은 27세였다. 아버지가 총탄에 쓰러졌는데도 참 냉정했다. 누군가는 이 일을 박 대통령의 투철한 안보의식과 연결 짓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눌변(訥辯)이다. 그래서 주저리주저리 길게 말하지 않는다. TV토론과 기자간담회를 이상할 정도로 마다하는 이유다. 그런데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처럼 이게 먹힌다. 몇 마디 안하고, 임팩트 있는 단어로 짧게 말하니, 때때로 효과가 배가된다. 40여년 전에 한 말 “전방은요?”가 아직도 이렇게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더 기억하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가 있다. “대전은요?”다. 지난 2006년 5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이다. 박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지방선거 유세 도중 얼굴에 커터칼 테러를 당했다. 백주 대낮에 테러를 당한 야당 대표의 유혈낭자한 모습은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병원에 간 박 대통령이 회복 후 꺼낸 첫마디가 “대전은요?”다. 이 한마디로 당시 열세이던 대전시장 선거 판세는 뒤집혔다.



박 대통령의 정치 감각은 동물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론 수업 없이 실전에 바로 투입된 탓일 게다. 논리 전개에는 취약했다. 대신 본능적인 순발력은 강력했다. 지금까지 조직을 장악하고 난국을 타개하는데 후자의 무기만으로도 어려움이 없었다. “참 나쁜 대통령”, “배신의 정치” 등을 국민들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지 않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면 전환을 꾀하는데, 박 대통령 만큼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정치판의 최고수’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박 비대위원장조차 경계할 정도의 감각이다.

‘최순실 파문’으로 사상 초유의 비상시국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또 동물적 후각을 가동하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런 국면 전환을 논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등 전국에서 국민은 이미 여론을 전달했다. 국제적 제재로 수세에 몰린 북한은 호시탐탐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벌일 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과 안보 공백에 속히 대처해야 한다. 남 얘기하듯 할 때가 아니다. “비서진 일괄사퇴 지시”, “최순실 수사 철저히 진행돼야” 등은 또다른 유체이탈 화법이다. 지금의 리더십으로는 정상적 국정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니 스스로 수사대상임을 천명하고, 검찰 수사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국정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게 마땅하다. 대신 총리로 하여금 국정과 안보를 챙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경제부총리와 국방ㆍ외교장관은 컨틴전시 플랜을 바로 가동해야 한다. 외국정부와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북한에도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적 셈법이 통하는 국면은 벌써 지났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신보다 국민을 앞세운 대응방안을 내놔야 한다. 화난 국민들이 엄중하게, 상처받은 국민들이 간절하게 박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대통령 수사는요?” 그리고 “국민은요?” pil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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