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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미친 집값 ①] 평당 8000만원?…재건축 시장 ‘눈먼 질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착시가 일부 지역의 비정상적인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시장이 너무 과열돼 정부의 규제가 먹히지 않는 상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

초강세가 진행 중인 강남 재건축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일부 단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자 일각에서는 가격 거품 논란과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에 한쪽 눈을 가리고 가속페달을 밟는 형국이다.

재건축 열기는 앞서 분양한 단지들이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남 재건축 열풍의 첫 테이프를 끊은 ‘래미안블레스티지’ 전매제한 해제의 영향은 컸다. 해당 단지는 청약 당시 317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총 1만660건이 몰렸다. 분양가는 3.3㎡당 3760만원을 고분양가의 신호탄을 쐈다.

10월 현재 단지에 형성된 웃돈이 1억원을 웃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타입은 2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강남의 한 공인 대표는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호가는 계속 상승 중”이라며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영향으로 일대 재건축 단지의 문의도 함께 늘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로 일반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는 커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이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재건축 단지와 일반 단지의 가격 차이도 자연스레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사진설명=연일 초강세인 재건축 시장의 비정상적인 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3.3㎡당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한 것에 이어 8000만원에 가까운 몸값을 호가하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가격 상승에 대한 착시현상이 빚은 현상이다. 사진은 잠실의 한 중개업소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일 기준 4012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점을 찍었던 2006년(3635만원)보다 377만이나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2013년 3.3㎡당 2992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부동산 활황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던 영향도 있었고, 7~8년 전부터 수면 아래 형성됐던 기대감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라며 “실수요자가 움직이면서 전셋값이 먼저 반응했고, 이어 투자자가 합세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실장은 “정부의 규제가 시그널에 그치다 보니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기보다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며 “올해까지는 수도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3.3㎡당 4351만원으로 강남3구 중 가장 높았다. 서초구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 4109만원까지 치솟았다. 송파구는 3106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시세를 형성했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비정상적인 재건축 열기가 이어지면서 일반아파트와의 가격 차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강남3구의 일반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2669만원으로 재건축 단지보다 1343만원 낮다. 지난 2012년 재건축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격 격차가 634만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4000만원의 3.3㎡당 시세를 비웃듯 1억원에 가까운 몸값을 호가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강남 개포주공 단지 중 가장 큰 규모가 큰 개포주공1단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3.3㎡당 시세가 8033만원에 달한다. 최고가로 일반분양을 마친 개포주공3단지의 고분양가 책정과 동호수 추첨 등 자체 사업 호재가 겹치면서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주를 앞둔 개포주공4단지(3.3㎡당 7274만원)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3.3㎡당 7212만원)도 오름세가 꾸준하다. 재건축 기본계획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3억원~4억원 뛰어오른 압구정동 구현대4차는 3.3㎡당 5796마원으로 날개를 달았다.

일부 투자자들에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대중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비정상적인 열기로 집값이 오르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결국 도심의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 이후 누적 입주 물량이 100만 가구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 하락의 시한폭탄이 곳곳에 똬리를 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자금은 당분간 재건축 시장으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추가 규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내 도입될 것으로 알려진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ㆍDebt Service Ratio)이 한 예다. 다만 설익은 대책이 시장을 왜곡하고 부동산 시장을 급격하게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의도와 시장의 목적성이라는 접점을 찾기 위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은 가수요를 없애는 동시에 재고시장을 죽이는 독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열 현상이 일부 지역에 한정된 만큼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현실적인 카드를 만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부담스럽지만, 정부의 규제가 호재로 작용한 사례처럼 성급한 정책은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부동산 시장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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