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여행의 첫 번째 출발지는 뇌하수체라는 장기입니다. 뇌하수체는 아주 작지만 뇌 안에 정확히 코 부위 안쪽에 위치해 많은 일을 하고 그만큼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호르몬들은 수도없이 많습니다. 아마도 1000가지도 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중에서 우리가 제대로 아는 호르몬은 대략 80여 가지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계속 새로운 호르몬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기능에 대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탐험의 세계지요.

이런 호르몬들을 조절하는 관제탑이 있다면 저는 뇌하수체라고 생각합니다. 뇌하수체는 뇌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장기이지만 시상하부라는 뇌신경과 연관되어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합니다. 우리 몸의 균형이 잡혀있는 것은 뇌하수체의 역할 때문입니다. 또한 뇌하수체 호르몬은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나오는 말초의 호르몬들에 영향을 받아 조절됩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동시에 영향을 받는 오묘한 이치로 움직이는 것이죠. 과연 우리의 몸은 정밀기계 이상의 시스템으로 제어되고 있는 셈입니다.

뇌하수체가 호르몬을 조절하는 관제탑이라고 말씀드렸지요? 사실 이 뇌하수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해부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뇌하수체 전엽과 후엽인데요, 뇌하수체 전엽은 호르몬을 형성하는 세포들로 구성된 내분비 장기입니다. 여기에선 프로락틴, 황체형성호르몬, 여포자극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과 같은 중요한 호르몬들을 만들어 냅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장호르몬도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이 호르몬들은 갑상선이나 부신과 같은 다른 내분비계 기관들에 작용하여 그들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지요. 또한 그 내분비계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 양에 따라 자신이 분비하는 호르몬들을 조절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뇌하수체 후엽은 뇌의 시상하부라는 신경계 조직의 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진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신경세포인 뉴런을 따라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되었다가 필요에 따라 분비됩니다. 즉, 신경과 호르몬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 있어서 감정이나 기억에 따라 내 몸의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주고, 몸의 상태에 따라 신경을 통해 감정과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오묘한 조절은 대개는 잔잔하다가도 어떨 땐 격해지고 높아지다가 다음 순간 고요하고 낮아지는 리듬을 타면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룹니다. 뇌 안에서 신경과 호르몬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군데라도 이상이 생겨 불협화음이 생길 경우 우리 몸에는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한 증상과 질병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꼭대기에서 신경과 호르몬의 하모니를 지휘하는 뇌하수체와 그 호르몬들의 이야기!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다음 편에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각각의 호르몬들의 기능과 그 의미를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철우 연세대 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