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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교대’ 배우·감독…흥행으로 ‘값’하다
영화속으로 들어간 감독들
10월 부산영화제 개막작 ‘춘몽’
주인공 4명중 3명이 감독 출신
봉만대 감독 ‘한강블루스’출연
감독 작품세계 ‘캐릭터화’ 신선
연기하다 연출나선 배우들
조재현 ‘나홀로 휴가로’ 감독 입봉
하정우 세번째 시나리오 고심중
유지태는 영화 각본·연출 직접 구상
‘작품 욕심’에 제작까지 나서기도


배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던 감독들이 아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다재다능한 ‘연기파 감독’들의 활약이 많아지면서 영화팬들의 볼거리는 한층 풍부해졌다. 그런가 하면 연기 색깔을 확실히 지닌 배우들이 점차 연출로 발을 넓히고 있다. 외국에서는 대표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매튜 본, 브래들리 쿠퍼 등 많은 배우들이 이미 ‘명감독’이 되었거나,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연출자가 되고자 하는 의욕, 작품을 보는 능력을 활용”(정지욱 영화평론가)하는 것이 배우가 감독을 꿈꾸는 이유다. 

다재다능한 연기파 배우·감독들이 서로의 역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영화 ‘나홀로 휴가’로 감독 데뷔한배우 조재현과 흥행은 물론 두편의 영화를 만든 하정우. 배우보다 영화 감독이 더 어울린다는 유지태(왼쪽부터).

▶감독도 ‘캐릭터’다…영화 속에 들어간 감독들=오는 10월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의 주인공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감독’들이다.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무산일기’의 박정범 감독,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이 여주인공인 한예리 주위를 맴돈다. 서로 한예리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장률 감독은 양익준ㆍ박정범ㆍ윤종빈 세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춘몽’으로 옮겨왔다. 그들의 전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춘몽’으로 무대만 옮겼을 뿐 계속해서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감독의 뚜렷한 작품세계가 그 자신의 ‘캐릭터’가 되고 그들이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감독이 연기로 발을 넓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지욱 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감독으로서 연기자의 역할에 대한 ‘역지사지’가 가능하다 보니 감독을 연기자로 쓰는 감독들도 서로 도움이 되리란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무영 감독의 ‘한강블루스’에도 ‘19금’ 영화들로 유명한 봉만대 감독이 출연한다. 봉 감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이후 ‘아티스트 봉만대’(2013)에서 주인공으로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자신의 영화가 아닌 다른 감독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블루스’에서 봉 감독은 한강변에 노숙하는 무리의 리더 장효 역을 맡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진지한 정극 연기를 펼쳤다. 장효는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을 우연한 사고로 잃고 자신을 책망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인물이다. 봉 감독은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직후에는 정극 연기에 부담을 느껴 고사했지만 이무영 감독의 설득 끝에 출연이 성사됐다. 봉 감독은 “연출자로서 연출자의 생각이 보이다 보니까 더 힘들기도 했다”라며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기하다 연출한다…자라나는 ‘작품 욕심’=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나홀로 휴가’는 배우 조재현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를 오가며 30년 동안의 내공을 지닌 조재현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고등학생 딸과 착실한 아내를 둔 중년의 평범한 가정이, 10년 전 사랑했던 한 여자를 잊지 못해 그녀를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본도 조재현이 직접 썼다. 주인공 역할에는 박혁권이 출연했다.

지난 여름 ‘터널’로 또 한 번 흥행력을 입증한 배우 하정우는 벌써 연출작이 두 편이나 된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그는 세 번째 작품 ‘코리아타운’(가제)의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두 편의 연출경험이 영화 현장에서 주연배우로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손전등을 이용한 조명, 리액션을 받아야 하는 소품까지 직접 챙기면서 배우로서의 롤 이상으로 영화에 관여했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이 가능성을 많이 열어놓았기에 내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연출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가 완벽히 재밌어질 때까지 다듬을 생각”이라는 그는 어림잡아 2년 후에야 새 작품으로 관객을 찾을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드라마 ‘굿와이프’(tvN)에서 차가운 연기를 펼쳤던 유지태도 명실상부한 영화 감독이다. ‘나도 모르게’(2007), ‘초대’(2009), ‘마이 라띠마’(2012) 등 모든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직접 맡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를 연출한 이후 예전보다 현장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알게 돼 소모를 덜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만족스레 이야기했다.

그는 독립영화 상영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직접 연출까지 하기도 한다. 관객과 좋은 영화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욕심’에 제작까지 나선 배우도 있다. 올해 초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에는 정우성이 배우와 제작자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후배인 이윤정 감독이 제작자를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시나리오를 가진 후배를 지원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제작사 더블유팩토리까지 차렸다. 그는 당시 “배우는 감정에 치우쳐 연기해야 한다면 제작자로서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동료 배우 이정재와 함께 차린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로 후배 배우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연기자로 영화에 참여하는 레벨, 그걸 통제하는 감독, 또 제작에까지 참여하는 레벨까지, 연기자의 의욕이 자연스레 나타나는 구조”라면서 “배우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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