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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형 간염 백신 없다는데…개발 못 하나? 안 하나?
-B형간염(DNA)과 달리 RNA 바이러스로 변이 다양해 항체 개발 어려워
-감염돼도 치료제로 완치 가능…환자 빨리 찾는 것이 의료비 절감 첩경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벌써 세 번째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올해 초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에 이어 최근 서울 동작구 JS의원(전 서울현대의원)에서 또다시 C형간염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질병관리본부(KCDC)는 지난 24일 C형간염 발생 보고 대상을 전국 186개 병원에서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C형간염은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보통이다. 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거나 오염된 주사약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겨 간 것으로 추정된다.

▶B형간염은 백신 있는데…C형간염 백신은 왜 없지?=A형간염이나 B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있다. 반면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다. 제약사들은 C형간염 백신을 못 만드는 것일까, 안 만드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C형간염 바이러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HCV)는 RNA 바이러스다. RNA(ribo nucleic acid)는 핵산의 일종으로, 유전자 본체인 디옥시리보 핵산(DNA)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RNA는 DNA로부터 만들어진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변이를 잘 일으켜 항체를 개발하기 어렵다”며 “반면 B형간염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일정부위의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B형간염이나 C형간염 모두 유전자형이 여러 개이지만 B형간염은 유전자형에서 공통된 부분에 작용하는 물질을 만들어 넣으면 항체가 형성된다.

반면 C형간염 유전자는 하나의 백신을 만들어도 일부에게만 사용할 수 있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백신을 사용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이준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잘 일으켜 현재의 기술로는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없다”며 “에이즈 백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B형간염은 완치 어렵지만 C형간염은 완치 가능=백신을 통한 예방이 불가하지만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에 속한다. B형간염은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완치가 되지 않는 것과 반대다. 이에 더해 C형간염은 혈액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현재 국내 C형간염 표준 치료법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와 리바비린의 병합요법이다. 이 치료법은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10~20%가 치료를 중단한다. 또 표준 치료법으로 실패한 뒤 동일한 약제로 재치료를 하게 되면 치료성공률이 낮아진다.
C형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변이가 다양해 항체 개발이 어렵다. A형이나 B형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다. 그러나 치료약이 개발돼 있고,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나타나 예방 대신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사진=123RF]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료한 환자 중 4년 전 C형간염으로 진단받고 인터페론 주사를 맞았는데 너무 아파해 치료를 포기했었다”며 “이후 한 번 더 주사 치료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실패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 HCV에 ‘직접 작용하는 항바이러스제’(DAA, Direct Acting Viral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C형간염 치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한국 BMS제약은 지난해 범유전자형 NS5A복제 복합 억제제인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와 NS3/4A 프로테아제 억제제인 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를 선보였다.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병용요법(일명 닥순요법)은 HCV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허가됐다. 유전자형 1b형은 한국인에게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유전자형이다. 닥순요법으로 24주를 치료했을 때 약 90%에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치료 후 24주 시점에 바이러스 반응률(SVR)은 94%에 이르렀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성분명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는 성인의 유전자형 1, 2, 3, 4형 만성 C형 간염 치료에 사용된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소발디와 하보니의 치료효과는 97%로, 완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 교수는 “주사에 실패한 환자에게 경구제를 투여한 결과 아무런 부작용 없이 완치가 됐다”며 “대부분의 환자가 DAA로 완치에 이르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C형간염을 관리하기 위해 전수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상훈 교수는 “C형간염 백신이 시도는 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라며 “2020년이면 C형간염이 박멸될 거라고 예상되지만 새로운 변이가 생기고 재감염이 있을 수 있어 더 적극적으로 C형간염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계속되는 집단 감염 사태에 따라 복지부에서도 B형간염처럼 전수감시 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교수도 “B형간염처럼 C형간염도 국가검진 항목에 추가시킨다면 발굴해내지 못한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며 “C형간염을 치료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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