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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다시 ‘로코킹’ 김래원, “날 알렸던 건 로코, 자신있는 장르였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로맨스의 시작은 사제지간이었다. 반항아 여고생과 담임 선생님으로 만났다. 같은 병원의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달라지자 멜로라인이 선명해졌다.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닥터스’(SBS)는 남녀 주인공의 물 오른 연기에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드라마는 전회 광고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광고 시장 비수기로 불리는 7~8월인 데다, 올림픽까지 끼어있던 특수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이 드라마의 성공엔 김래원(35)이 있었다. 전작 ‘펀치’(SBS)를 통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금세 청춘스타 시절의 옷으로 회귀했다. 적당히 능글맞았고, 때때로 오글거렸다. ‘밀당’(밀고 당기기) 없는 신경외과 전문의 홍지홍(김래원)의 사랑법이 여성 시청자를 불들었다. 드라마를 마치고 최근 김래원을 만났다. 표정은 밝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굳이 로코 장르를 피한 건 아니었어요. 오랜만이기 하죠. 로코 장르는 원래 좋아하고, 제가 애초에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도 로코였어요. 음, 자신있는 분야이고,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교만이 아니라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래원도 한 때는 ‘청춘스타’였다. 1997년 청소년 드라마(MBC 나)로 데뷔해 ‘순풍 산부인과’, ‘학교2’를 거치고 20대에 접어들며 트렌디드라마를 섭렵했다. ‘옥탑방 고양이’(2003), ‘어린 신부’(2004),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5), ‘넌 어느 별에서 왔니’(2006)에 이르기까지 김래원의 얼굴에 ‘로코킹’은 낯설지 않았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영화 ‘강남1970’과 드라마 ‘펀치’를 계기로 김래원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달달한 이미지를 벗고, 인간의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인물들을 온몸으로 연기했다.

‘닥터스’는 김래원의 반격이었다. 시간의 길이가 눈빛의 깊이를 더했다. 그만큼주름도 늘었다. 눈웃음을 보일 때마다 눈가엔 선명한 주름이 잡혔다. “어려보이려고 노력했어요. 피부관리도 꾸준히 했고요.(웃음)” 20대 시절의 풋풋했던 멜로 연기는 30대 중반이 되자 더 무르익었다.

“‘옥탑방 고양이’는 벌써 13년이나 됐어요. 그 때는 그냥 밑도 끝도 없고, 상황도 모르고 개인기만 했어요. 재밌게 보이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어요. 지금은 그런 부분이 위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진지한 분위기인데 너무 많이 웃겨버리면 인물이 이중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여심(女心)을 뒤흔들었다. “결혼했니?” (아니요) “애인은 있니?”(아니요) “그럼 됐다”. 이 세 마디는 여성 시청자를 ‘닥터스’ 앞으로 집결시킨 계기였다. 사실 이 대사는 김래원이 앞뒤 순서를 바꿔 재탄생시킨 히트작이었다. “그게 왜 이슈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대사의 순서를 바꿨던 건 이 장면에서만큼은 ‘상남자’로 보이고 싶었던 배우의 의지가 컸다. 김래원은 “후반부의 홍지홍은 다정다감하고 늘 이해하고 지켜봐주는 인물이지만 그 신만큼은 상남자였다”고 판단했다. 수년 만의 재회에 “쭈뼛쭈뼛하고 어색해서 눈도 못 쳐다본 채 한 마디 던지는 장면”은 김래원의 생각대로 바뀌게 됐다. “제가 바꿔서 잘됐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웃음)” 적극적으로 전달한 대사도 있지만, 김래원은 오랜만의 로코 도전에 쉽지 않은 대사도 많았다고 한다.

“대사가 좀 어려운 게 많았어요. 너무 오글거리거나 너무 닭살이 돋는 부분은 못 하겠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심플하고 담백하게 넘길 수 있을까 하다 보니 쉽지 않은 대사가 몇 번 나왔어요. 감독님이 나중에는 해달라고 요구를 하던데 마음이 허락을 안 해서 못 한 것도 있어요.”

아쉬움은 남았지만 김래원에겐 충분히 만족감을 준 시간이었다. 뒷부분의 스토리를 모른 채 촬영을 이어가니 “놓친 부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배우는 테크닉적으로는 좀 촌스러워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무얼 얘기하려고 하는가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 김래원의 신념이다. 그로 인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사랑받으며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한 충만함이 따라왔다. “예전 같으면 이런 얘기 안 했을 텐데, 또 한 번 로코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드라마를 끝낸 김래원은 이미 영화 두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활’과 ‘더프리즌’이다. 김래원의 또 다른 연기색이 입혀질 영화들이다.

청춘스타로 성장해 지난 20여년 숱한 작품을 거쳤고, 최근엔 남성성을 요구하는 강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닥터스’를 통해 다시금 멜로에도 강점이 두드러진 배우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열정이 사라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잘 하면 굉장히 근사하고 멋있지만 잘못하면 굉장히 천박한 직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20대 중후반, 일도 의미가 없고, 주시는 사랑도 무관심했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연기가 점점 재밌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져요. 제2의 삶에 대한 큰 꿈을 꾸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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