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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미팅의 진화①] “우리는 너의 남자친구”…팬덤의 시작은 팬서비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멀게만 느껴졌고, ‘하늘의 별’처럼 우러러봤던 아이돌 스타들이 현실세계로 내려왔다. 소통을 강조해도 결정적인 순간,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던 스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팬들 곁에 다가서고 있다. 스타와 팬의 만남은 진화 중이다.

팬들이 물심양면으로 애정을 쏟는 스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리는 ‘팬미팅’이다. 다양한 크기의 공연장을 대관해 공연, 팬과의 대화,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고전적인 팬미팅의 시작이었다. 운이 좋으면 팬미팅 자리에서 직접 무대로 올라가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스타와 포옹을 하고, 사진을 찍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고심 끝에 준비한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그럴 지라도 일 대 다수의 만남은 아쉽기 마련이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방식의 팬미팅 만으로는 팬들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아이돌그룹이 진행하는 대다수 팬미팅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중요한 한 가지가 달라졌다. 거리감을 허물고 친밀감을 극대화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엔 스타와 팬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해왔다면 이젠 바로 옆에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팬서비스가 중요해졌다”라며 “마치 남자친구, 여자친구의 존재로 느끼해 하는 일종의 유사연애 감정을 불러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인 아이돌그룹의 경우 팬덤을 넓혀가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아이돌그룹의 경우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사례도 흔하다. 현재에도 국내 시장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약한 한 보이그룹은 유달리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해당 그룹의 경우 데뷔 당시부터 일본에서 소규모 팬미팅을 열며 팬덤 확보에 나섰다. 현지에서도 인지도가 없는 그룹이기에 현장을 찾는 팬들은 적었다. 그러나 대여섯 명 밖에 모이지 않는 현장에서 현지팬들과 게임을 진행하고, 노래를 선보이며 바로 옆에서 소통하며 팬틍을 확보해나갔다. 이후 ‘입소문’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OO그룹의 팬미팅에 가면 직접 얘기하고 게임도 하면서 놀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팬들이 서서히 몰린다. 

다수의 아이돌그룹이 소속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문화가 시작된 일본으로 향해 팬미팅 경험을 쌓으며 팬을 확대해나가는 것은 많은 그룹들이 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처음엔 소수로 시작된 자리가 놀랍게도 숫자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는 사례들이 있다. 누구의 팬미팅 현장에 가면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고,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팬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많은 그룹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다 적극적인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라는 느낌을 줄 정도의 팬서비스는 “팬덤 확보의 시작”이라고 업계에선 이야기한다. ‘신비주의’로 싸맨 채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닌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연인같은 존재로의 인식도 팬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이돌그룹의 팬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나의 그룹이 인지도를 쌓기까지 팬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졌다. 아이돌그룹이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그들을 향해 한결같은 애정으로 음반, 음원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고, 각종 MD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팬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의 팬덤은 좋아하는 스타가 성장하기까지 자신이 일정 정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스타를 향한 요구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졌고,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야 팬덤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적절한 피드백’의 중요성이다.

10년차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1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지금의 빅뱅을 키워준 건 VIP(빅뱅 팬클럽 이름)”라며 고마움을 전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보이그룹 인피니트 역시 콘서트 현장에선 “오늘은 우리가 너희 남자친구야”라는 말을 서슴치 않으며 팬들의 사랑에 적극적인 피드백을 보낸다.

팬미팅 현장으로 가면 스타들은 더 적극적이다. 팬들이 스타의 손을 마주치며 지나가는 ‘하이터치’를 비롯해 악수회도 진행한다. 팬들을 무대로 불러들여 함께 게임을 하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나눈다. 1회성 팬미팅뿐 아니라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멤버십 위크는 단연 인기다. 소통을 갈구하는 팬들을 위해 멜론에서는 친밀도 지수를 높여 팬미팅 기획를 만드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의 팬들은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사랑과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팬미팅, 팬서비스가 달라지는 가장 큰 요인이다”라며 “초기 팬덤 확보를 넘어 다져진 팬덤을 유지하는 것이 그룹이 존재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 스타들도 노력을 기울이며 쌍방향 소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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