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삶의 첫 선택 ‘자발적 싱글’
- 美·英 대학연구진, ‘자발적 고립’ 기억력 향상에 도움 조언…타인과 동떨어진 ‘사회적 고립’은 사망 위험 높여 주의 필요

‘짝’이 주는 안정감은 비단 남녀 사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면, 홀수로 이뤄진 무리의 일부가 됐을 때는 늘 불안감이 있었다. 무리 사이에서도 유난히 친한 짝들이 있고, 그 사이에서 내가 혼자 남지는 않을 지. 롤러코스터를 혼자 타게 되지는 않을 지, 급식소에서 내 앞만 덩그러니 비게 되는 건 아닌지.

불행히도 혼자가 주는 공포감은 나이와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만남과 이별로 이어지는 연애에서, 헤어짐을 앞두고 피어오르는 ‘홀로남음’의 공포, 사회생활 속에서 나 혼자만 외톨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걱정, 그리고 홀로 서 있는 나 자신을 향할 걱정 어린 타인의 시선들은 꾸준하게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의 ‘관계’를 좇게 만든다. 온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니홈페이지의 방문자수와 SNS에서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혼자’에 대한 두려움이 결코 물리적인 상태만을 전제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혼자가 되는 것이 좋냐, 나쁘냐에 대한 논의들은 실제로 존재해왔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이 복잡한 현대의 가운데서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여기서 꺼내고 싶은 오스카 와일드의 한 마디.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매우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혼자 있는 법을 알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정의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인맥 스트레스 탈출구 ‘사회적 고립’

사실 수 많은 관계맺기 속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자발적인 외로움이 아닌, 고립된 상태에서 생기는 외로움은 우울증, 알콜 중독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곧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크라이넨버그는 자신의 저서 고잉 솔로(Going Solo)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에 주목하며 이것이 현대 도시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 보여준다. 크라이넨버그는 책에서 “홀로 사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미혼자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하다는 증거들이 있이 존재한다”며 홀로 사는 것이 개인에게 득(beneficial)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러 심리학 책에서도 가끔 자발적으로 ‘사회적 고립’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일주일에 5일을 불가피하게 타인과의 관계맺기에 몰두했다면, 휴일에는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홀로 문화, 타인과의 공감능력 UP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해당 실험 결과에 의하면 혼자서 경험한 일들은 더 견고하고 오랜 기억으로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들이 우리의 뇌 속에 더 정확한 기억으로 형성된된다는 설명이다.

같은 연구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갖는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연구는 혼자 시간을 보낼 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감정이입 능력이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홀로 있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함으로써 타인의 상황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안에서 멍하니 혼자 있거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홀로 보내는 시간’의 전부는 아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데도 나름의 룰이 필요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거나, 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 책, 스포츠 등 다양한 대안 속에서 적극적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심리적인 상태는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과 자발적 고립의 차이

자발적인 홀로서기는 고립과 맥을 같이 하지 않는다. ‘혼자’라는 상태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 속에서는 사회와 동떨어진 ‘고립’ 상태가 사망의 위협을 높인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크라이넨버그는 혼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친구들, 가족과 사회적으로 연결돼있기 때문에, ‘홀로 산다’는 것이 곧 ‘고립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홀로 있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홀로 서기’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런던대학의 연구진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건강에 대한 관찰을 진행, 해당 연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립상태가 이들의 사망위험에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결론을 내기도 했다. 해당 연구진들은 52세 이상이 된 65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사망 위험과 라이프스타일(사회적 고립 정도)과의 연관성을 유심히 분석했다.

그 결과 참가자 중 14.1퍼센트가 8년 안에 죽음을 맞이 했는데, 사망자 중 다수가 ‘사회적 고립상태’로 분류된 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고려했을 때도 사망의 위험과 고립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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