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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빠진 은행①] 대박 영화의 감초가 된 은행…영화 투자 큰 손이 되다
부산행 1000만, 인천상륙작전 500만 돌파 뒤엔 은행의 투자 결정적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아무리 그래도 우리 은행을 터는 건 좀…” 2013년 초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는 ‘이상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IBK기업은행 마포 지점을 꼭 털고 싶다’는 한 통의 협조 요청 공문이이 회의가 소집된 배경이었다.

“도와줍시다. 작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하잖습니까. 그리고 이미 다른 곳에선 거절당해 도와줄 곳이 우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도와줍시다.”


지난 2013년 7월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을 보면 노련한 범죄조직이 은행 보안 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제임스(정우성 분)가 얼마나 주도면밀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영화 전개에 꼭 필요한 신(Scene)이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 관계자들은 이 장면을 위해 며칠을 동분서주했다.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아서였다. 수년간 관계를 맺어온 주거래 은행조차도 대답은 ‘No’였다. 보안과 신뢰가 생명인 은행업 특성상 이미지 실추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은 IBK기업은행이었다.‘감시자들’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은행털이신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은행과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만남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문화계에는 든든한 자금줄이, 저성장 저금리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은행들에겐 짭짤한 수익원이 되면서 은행과 영화의 콜라보레이션 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도 은행 덕을 톡톡히 봤다. 자금난으로 몇 번이나 제작무산 위기에 봉착했지만 기업은행의 투자와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영화는 무사히 제작을 마쳐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500만을 돌파한 시점서 김학순 감독은 기업은행 본점을 직접 방문해 권선주 행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단순히 지원대상에 지나지 않고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점찍은 문화콘텐츠는 거의 ‘백발백중’이다. 


8일 금융권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영화 ‘부산행’이 지난 7일 개봉 19일만에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첫 1000만 영화로, 역대 16번째(한국영화 12번째)영화다.

IBK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총 제작비(85억원)중 18%가량의 자금을 댄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손익분기점인 관객수 350만명을 넘어 1000만명까지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수익률을 기록한 ‘베테랑’(244%)에 맞먹는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은행과 영화의 협업이 한층 더 진행된 예다. 기업은행은 총 16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던 이 영화에 3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35억원 이외 에 나머지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역할까지 했다.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30억원을 투자한 것도 기업은행의 가교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은 정확했다. 인천상륙작전도 개봉 12일만인 지난 7일 관객수 500만을 넘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현재도 예매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두 영화의 수익률을 200%로 가정할 경우 기업은행은 부산행에서 30억원, 인천상륙작전에서 72억원 등 총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리게 된다. 영화에 이어 케이블TV 재방송, 인터넷 및 모바일 다운로드, VOD 등 부가수익을 고려할 경우 기업은행의 수익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든 기업은행의 관련 평균투자 수익률은 7%에 달한다. 예대마진이 1%대 불과한 저금리 시대 고수익을 올릴수 있는 투자처인 셈이다.

기업은행은 영화 뿐 아니라 ‘치즈인더트랩’, ‘옥중화’, ‘기억’ 등 다양한 드라마와 ‘프랑켄슈타인’,‘오케피’, ‘캣츠’, ‘레미제라블’ 등 공연에도 투자 및 지원에 나서고 있다.

SBS의 드라마 닥터스 후속편으로 나올 ‘보보경심려(아이유·이준기·강하늘 출연)’, 영화 중에서는 올해 개봉 예정인 일제강점기 배경의 ‘밀정’(송광호·공유 주연), 지능범죄수사대와 사기범 이야기인 ‘마스터’(이병헌·강동원 주연), 볼링천재 이야기인 ‘스플릿(유지태·이정현 주연) 등도 은행권의 투자를 받은 기대작으로 꼽힌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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