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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통화전쟁 재점화] “나라 대신 가진자 배불리기”…빚경쟁 나선 중앙銀 딜레마
브렉시트등 경기불확실성 커지며
英·中·日등 속속 금리인하 단행
전문가들 “돈풀기경쟁 시장엔 毒…
재정정책·구조개혁이 우선” 지적



통화완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행을 타듯 영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 은행들이 다시 돈풀기에 들어갔다.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 속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경기불안이 가중되면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만성화된 돈풀기 속에 시장 거품만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4일(현지시간) 7년만에 기준 금리를 기존 0.5%에서 0.25%로 낮췄다. 또 기존 3750억 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QE) 수준을 4350억 파운드로 늘리며 세계 중앙은행의 ‘돈 풀기’ 경쟁에 동참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장은 영란은행의 이번 통화완화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 “BOE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3750억 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를 단행했지만, 상위 10%만 많은 혜택을 누리고 민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지난 3일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간 보고서를 올렸다. 이날 오후 해당 문구는 삭제됐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주무부처가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호주중앙은행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치인 1.5%로 설정했다. 일본은행(BOJ)도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량을 두 배로 늘리는 소규모 금융완화를 단행했다. BOJ는 4일 상장지수펀드(ETF) 707억 엔을 매입해 도쿄증시가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2008년 이후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주요 국가들은 일정 수준의 소비와 투자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계적인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미진한 탓에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자산의 값만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임금 등 소득이 오르지 않아 생활 수준이 빠듯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오히려 가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대적인 구조개혁 없이 제로(0) 수준에 가까운 기준금리를 단행하면 시민들의 소득은 오르기 어려워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화된 돈풀기의 가장 큰 문제는 자국의 환율을 깎아내림으로써 무역수지 흑자를 성취하는 ‘인근 궁핍화’(Beggar-thy-neighbor) 경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야누스 캐피털 펀드를 운용하는 ‘채권왕’ 빌그로스는 지난 3월 자신의 투자노트를 통해 “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이 빚경쟁에 휘말렸다”며 “중앙은행은 태양과 같은 존재다. 은행들이 더 많이 국채를 매입하면 할 수록 국가들의 빚은 쌓이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8월 투자노트를 통해서도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국채 수익률은 조금만 올라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며 “마이너스 금리 시스템에서는 금, 토지 등 실물 자산이 더 선호된다”고 분석했다.

펀드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도 최근 금과 금 광산 종목을 매수하고 있다.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가디언지를 통해 “이미 대기업들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금리 인하의 이득을 보는 것은 국가가 아닌 ‘가진 자들’이라고 시사했다.

통화완화정책의 악순환은 일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BOJ가 ETF 매입량 증액을 발표한 29일, 엔화값은 오히려 강세로 전환됐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넉달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28조 엔(300조 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경제대책을 실시하기 위해 BOJ를 압박하고 있지만 구로다 하루히코(田東彦) 총재는 추가적인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이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저성장 속에서 세계 각국이 필요한 것은 통화완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베 내각은 지난 2일 28조 엔에 달하는 경제대책을 통해 4차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노동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앞다퉈 ‘신(新) 뉴딜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은행의 유동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보다 시장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정책을 펼치고 인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며 “그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궁극적인 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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