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구호 아닌 실제 행동 옮길 가능성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호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 대선이 한국경제에 또 하나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가운데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 강화가 불가피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노골화하는 보호무역 어느 정도=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대선 시즌이 되면 자국의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주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면 현실적 입장으로 바뀌어 국제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의 보호무역이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처럼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주의 경향이 인기를 위한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행동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보호무역 공약 경쟁을 노골화하고 있다. 양당 모두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맹비난하며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천명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도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전에 체결한 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두 후보는 또 만성적인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환율정책을 강화할 것을 천명해 환율전쟁의 파고가 몰려올 가능성도 높다.
▶새 리스크에는 선제 대응을 해야= 미국은 우리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교역대상국이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698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13.3%를 차지했다. 중국에 이어 2대 교역국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8%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대미 수출은 0.6% 감소하는 데 머물렀고, 올해도 상반기 전체수출이 9.9%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3.9% 감소에 머물렀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우리경제가 개선되는 데 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상ㆍ환율전쟁이 현실화하고 교역이 타격을 받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전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제적 대응은 물론 정치력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 등을 통해 경기 활성화의 불씨를 지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고, 특히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FTA 재협상 가능성을 실제 배제할 수도 없다”며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 당장 대응이 마땅치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대선주자들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최근 철강제품에 대해 반덩핌 관세를 물리기도 했지만 선거전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보복관세 부과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대선을 계기로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격 이외에 기술ㆍ서비스 등으로 수출 돌파구를 마련하고 보호무역이 현실화하기 이전에 추경 등으로 침체된 경기에 탄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준ㆍ배문숙ㆍ원승일 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