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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쿠데타로 달라지는 외교 지형…러시아 웃고, 미ㆍEU 괴롭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6시간 남짓 벌어졌던 짧은 쿠데타로 외교 지형이 변하고 있다. 우방국과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한 때 이빨을 드러냈던 국가에 손을 내민 터키에 국제 정세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웃고, 미국ㆍ유럽연합(EU)은 표정이 좋지 않다.

터키-러시아=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이후 냉각됐던 양국 관계는 급격히 회복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말 관계 정상화에 상호 합의한 데 이어 쿠데타 이후 탄력을 받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구애에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양국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전폭기 격추의 책임을 에르도안의 정적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터키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 전투기 격추 작전에 참가한 터키 조종사 2명이 이번 쿠데타 시도에 연루돼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뒤늦게 대통령의 숙적에게 돌린 것은 에르도안이 푸틴에 내미는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앞서 에르도안은 사망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유족에게 애도의 뜻과 피해 보상 의사를 담은 서한을 푸틴 측에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쿠데타 시도에 따라 푸틴이 먼저 전화를 걸어 터키 정부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양국 정상은 다음 달 초 직접 만나 회담도 갖기로 했다. 잠정 약속했던 정상회담이 쿠데타 직후 두 정상의 전화 통화로 구체화됐다.

터키vs미국ㆍEU=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배경이 됐다고 FT는 분석한다. 미국으로 망명한 에르도안의 정적 귈렌의 송환을 두고 터키와 미국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터키 정부는 귈렌이 쿠데타의 배후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증거 없이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나라를 파괴하려는 조직과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친구들이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 우리는 실망할 것”이라며 섭섭함을 표했다.

여기에 에르도안 지지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쿠데타 주모자들을 지원했다는 음모론까지 불거져 터키와 미국 사이 긴장감은 더 팽팽해졌다.

EU와 터키 사이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사형제 부활까지 시사하는 터키에 미국과 함께 경고음을 내면서 터키와의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터키 정부는 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대로면 서방 국가에 불리…해결 방법 모색하나=서방에 안보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터키와의 관계가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강화될 경우 국제 정세는 서방에 불리한 방향으로 급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방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은 터키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대테러 전략에 상당한 장애물이 생긴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공습에 터키 정부와 시리아 접경지에 있는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의 협력을 받아 왔는데 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쿠데타 발생 후 터키는 안보상 이유로 인지를릭 기지를 일시 폐쇄하며 언제든 군사시설에 손을 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토(NATO)의 회원이기도 한 터키는 나토 내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병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EU는 테러 대응뿐만 아니라 난민 문제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U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고 그 수만큼의 난민을 터키 수용소에서 유럽 각국으로 배분한다는 협정을 지난 3월 터키와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EU는 터키의 비자면제 완화 시기를 앞당기고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며 EU 가입협상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터키가 협정을 파기하면 유입 난민이 크게 늘면서 브렉시트로 흔들리고 있는 EU는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방도 비판 일색을 떠나 터키와의 손을 놓지 않을 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메르켈과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난민송환협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폴커 카우더 기독민주당(CDU) 원내대표도 ”우리가 이웃을 골라 들일 수 없듯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터키에 부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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