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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크스바겐의 오만] 17兆 배상 VS 500억 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制 도입해야”
美 피해고객·환경오염 배상 지급
한국·유럽엔 ‘배상계획 없다’고수
폴크스바겐의 이중적 잣대
국내 소비자 보호장치 허술 탓



미국과 17조원의 천문학적인 배상에 합의한 폴크스바겐이 한국에선 배상계획이 아예 없고 환경부에서 부과를 추진중인 과징금 규모도 500억원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극단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되고 한국은 안된다’는 폴크스바겐측의 이중적 잣대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소비자보호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14면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소음·배기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폴크스바겐 자동차 32개 차종 79개 모델 7만9000여대에 대해 25일 청문절차 후 이달 말 인증취소 및 판매정치 처분이 내려지고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 규모는 500억원 가량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은 대기환경보전법상 28일부터 상한액이 차종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되더라도 차종당 총 판매액의 1.5%(인증내용과 다르게 제작·판매)~3%(미인증 판매)를 넘을 수 없다. 폭스바겐그룹 차량 7만9000대의 평균 가격을 4000만원으로 잡으면 과징금은 474억(1.5%)~948억원(3%)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징금 산정을 1.5%로 할지, 3%로 할지 법리 검토 중”이라며 “내부적으로 책정해놓은 과징금 액수는 1000억원에는 크게 못미친다”고 말했다.



앞서 폭스바겐이 미국의 피해고객과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액으로 148억달러(17조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L TDI 디젤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소유자 47만5000명 전원에게 일단 대략 591만원에서 1100만원까지 배상금이 돌아간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측은 한국과 유럽에는 배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예 임의설정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향후 재판을 염두고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폴크스바겐이 이처럼 180도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국내소비자 보호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소비자가 한명이라도 배상판결을 받으면 모든 구매자에게 판결의 효력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가 하도급 거래와 기간제 근로자파견, 신용·개인정보 이용 등 일부 피해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피해발생액의 10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다.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은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한다. 또 소비자 집단소송이 인정되지 않아 소비자 개인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입증책임도 소비자가 진다. 여러모로 재판으로 가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번 폴크스바겐 사건을 계기로 입증책임 완화와 함께 소비자 집단소송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독일 검찰이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폴크스바겐이 독일에서 거액의 벌금을 물 경우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독일에서 처벌이 확정되면 그동안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에서 배상을 거부했던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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