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화초? 상추!…난 ‘베란다 농사꾼’이다
-비용·시간 부담 느낀 주말농장서 집으로 귀환

-화분·흙·물 등 최적의 재배환경 만드는 법



도시농업인구 130만 명. ‘도시 농사꾼’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15만3000명이던 도시농업 인구는 불과 5년 새 8.5배 늘어 2015년 연말 기준 130만9000명이다. 도시텃밭 면적도 같은 기간 104㏊에서 850㏊로 8.2배 증가했다. 자치구 별로 ‘주말 농장’을 운영하는 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물질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에게 주말 농장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평당 1만원 수준의 토지를 5~10평 정도 분양받아 매 주말마다 가꾸고 일구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베란다 텃밭’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란다와 같이 볕이 잘 들고 화분을 놓을 만한 공간만 있다면 사계절 소규모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언제든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주말 농장보다 비용ㆍ시간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

그러나 막상 집에서 작물을 재배하겠다 마음을 먹어도, ‘도시인’ 입장에선 어떤 화분을 구매해 어떻게 씨앗을 심어야 할지, 또 물은 얼마나 줘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란다 텃밭은 기본만 잘 지킨다면 누구나 파종의 설레임부터 수확의 기쁨을 일궈낼 수 있다.


주말농장의 인기를 타고 도시농업인구가 130만명(2015년 기준)을 넘었다. 최근엔 주말농장의 비용ㅇ과 시간에 부담을 느껴 자신의 집 베란다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화분과 흙, 씨앗이 ‘전부’=베란다 텃밭에 도전하겠다 결심했다면 일단 재료를 구비해야 한다. 실내에서 농사를 짓는 만큼 흙과 흙을 담을 화분이 필요하다.

흙이라고 해서 ‘뒷산’에서 퍼와선 안 된다. 베란다 텃밭 전문업체 ‘베란다 레시피’ 관계자는 “야외 흙들은 이미 웬만큼 영양분을 빼앗겼고 기름, 벌레 등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높다”며 “이런 흙에서 자란 작물들은 비정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따라서 혼합배양토 또는 상토라고 불리는 원예용 흙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합배양토는 씨앗 발아에 적당한 영양분과 산도 처리가 돼 있어 해충의 영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전하다.

흙이 작물의 ‘식사’라면, 화분은 ‘집’이다. 식물을 집에서 키울 땐 반드시 물구멍이 있는 화분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채광이 좋은 집이 아니고서야 필연적으로 햇빛이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배수마저 안 된다면 자칫 화분 안에 고인 물이 흙을 썩게 할 수도 있다. ‘마사토’라고 불리는 돌멩이를 흙과 함께 섞어 쓰는 것도 원활한 배수를 위한 방법이다.

그 외 도구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다. 베란다 레시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구비를 추천하는 도구로 물뿌리개, 모종삽 등이 있지만, 컵 등에 물을 담아 줘도 되고 손으로 분갈이를 해줘도 되기 때문에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파종 시기보단 베란다 환경이 중요= 파종 시점은 ‘교과서’대로 논하자면 꽃 피는 2~3월이 가장 좋다. 이 무렵 시작해 6월에 정리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6월부터 2월까지 재배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한 여름이 코 앞인 지금, 파종을 위해 봄을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다.

이에 대해 베란다 레시피 관계자는 “파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봄이긴 하지만, 베란다 텃밭의 장점은 굳이 봄이 아니어도 실내에서 여러가지 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봄에 씨를 뿌리는 것보단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칠 순 있어도, 야외 농사에 비하면 환경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일조량이나 채광, 습도 차이가 있는 만큼 계절적 요인보다는 주거 환경에 작물의 상태가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한 겨울과 한 여름만 제외한다면 사실상 사시사철 작물 재배가 가능한 셈이다.

재료가 다 준비됐다면 화분 가장 밑바닥에 마사토를 깔고 그 위에 상토를 덮은 뒤 키우고 싶은 씨앗을 심으면 된다. 씨앗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심어야 나중에 뿌리가 엉키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다. 이렇게 심은 씨앗 위에 물을 주고 양지 바른 곳에 두면 끝이다.

▶텃밭 가꾸기, 간단하지만 재배 작물에 대한 공부는 필요= 본격적인 재배는 싹이 트면서 시작된다.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햇빛, 물, 바람이 중요하다. 부족하지 않게 햇빛을 쬐어주고 흙이 메마르지 않게 적당한 시기에 물을 주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내어놔 흙이 썩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병충해가 잘 들지 않는 베란다 텃밭 특성상 작물이 시들시들해지는 이유의 대부분도 흙이나 햇빛에 있다.

물론 초보자라면 물을 얼만큼 줘야 하는지조차 난감한 문제다. 물은 항상 한 번 줄 때 듬뿍, 화분 아래로 물이 내려올 때까지 주는 게 좋다. 또 작물들은 화초가 아니기 때문에 잎에 주는 것보다는 줄기 주변, 뿌리 등에 물을 준다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습도에 따라 물을 주는 양을 달리해야 채소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흐린 날, 비오는 날에는 화분도 알아서 습기를 머금기 때문에 이런 날씨엔 물주기를 피해야 한다. 반대로 햇볕이 쨍쨍한 날엔 흙이 말라버릴 수 있으므로 뿌리까지 마르기 전에 촉촉할 정도로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물은 정수기 물보단 수돗물을 주는 것이 낫다. 수돗물 속 미생물들이 흙과 결합하면 그 안에서 여러가지 활동 및 작용을 하게 되는데, 정수된 물엔 미생물이 없기 때문에 작물이 크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돗물을 주되, 너무 차거나 뜨거운 물이 아니어야 한다.

어떤 작물은 중간에 지지대를 세워줘야 하고, 어떤 작물은 재배 과정에서 솎아줄 필요가 있다. 간단해 보이는 텃밭 농사에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