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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에서 농사짓기③] 베란다 텃밭 가꾸기, 귀찮은데 왜 하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혜지(28) 씨는 4월부터 집 베란다에서 상추, 깻잎 등 잎채소와 더불어 바질 등 허브를 키우고 있다. 요리를 취미로 시작하며 샐러드용 채소, 허브를 구입해 먹다가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직접 기르게 된 것이다. 유 씨는 “내 손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해결한다는 게 소소한 보람”이라며 “채소들이 잘 자라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말했다.

집 앞 마트만 가도 잘 포장된 채소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 굳이 베란다에 텃밭까지 꾸려 채소를 길러 먹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파는 채소보다 결과물이 신통치 않을 때가 부지기수인 점도 직접 재배가 꺼려지는 이유다. 그러나 ‘도시 농부’들은 베란다 텃밭의 장점이 “자신의 손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재배할 수 있다는 보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진출처=123rf]

3살난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35) 씨도 지난 해부터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꾸렸다.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말 농장 5평을 분양받아 오이, 고구마 등을 심어 키웠지만, 은근히 품이 많이 들어 베란다로 장소를 옮겼다. 김 씨가 도시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자식에게 믿을만 한 재료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김 씨는 “대형 마트 유기농 코너에서 사먹다 보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취미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실제 베란다 텃밭 전문업체 베란다 레시피 관계자에 따르면 자사 주 고객의 60% 가량은 자녀가 있는 30~40대 주부다.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채소, 허브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매일 섭취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들어 ‘슬로우 라이프(Slow Life)’에 대한 욕구가 커지며 20대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30~40대 주부들이 가정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요즘처럼 아파트 생활이 일반적인 시대에 베란다 텃밭은 어린 자녀가 지척에서 식물의 생장을 지켜볼 수 있는 ‘자연 교육의 장’이다. 반려동물과는 다르게 작물이 소리를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관을 주의깊게 살피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감성과 인성 발달에 긍정적 영향이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집 안에서 일구는 소규모 농사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

베란다 레시피 관계자는 “작물의 생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만큼 아이들 뿐 아니라 매일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보는 현대인들에게도 베란다 텃밭은 좋은 취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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