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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공연後] 소녀시대 수영도 반한 두번째달의 ‘판소리 춘향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춘향이와 몽룡이 주연의 퓨전사극 영화를 본 느낌. #두번째달 #음악천재들 # 부럽다 #눈물찍.”(@hotsootuff)

소녀시대 수영과 남자친구인 배우 정경호가 지난 2일 오후 7시 열린 두번째달의 앵콜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1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은 수영을 알아보는 수근거림이 금세 커졌다. 수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글까지 남겼다. 두번째달 멤버들도 떠들썩해졌다. 지난 공연을 찾은 강소라 이하늬를 잇는 세 번째 미녀스타. “미녀들이 좋아하는 두번째달”이라는 수사도 괜한 말은 아니었다.

두번째달은 최근 판소리 앨범을 발매했다. ‘판소리 춘향가’의 80여개 대목 중 14개 눈대목(판소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선별해 밴드의 색깔을 입혔다. 앨범은 신선한 파장을 불러왔다. 고루할 거라 지레짐작해 청취 동력이 떨어지는 ‘퓨전국악’은 두번째달이 요리한 다양한 장르와 버무려지며 현대적인 색채를 입었다. 

[사진=유어썸머 제공]

공연의 재미는 앨범으로 듣는 것과는 또 달랐다. 수영의 한줄평처럼 내러티브를 품은 판소리가 흥미롭게 이어졌다. 10년의 호흡으로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멤버들의 입담에 ‘젊은 소리꾼’ 김준수와 고영열의 ‘쇼맨십’까지 더해지니 깨알 웃음이 쉴새없이 터진다.

현장은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층이 인상적이었다. ‘판소리’라기에 부모님 손을 잡고 나선 모자 커플은 물론 두번째달의 오랜 팬이라는 30대 부부,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의 팬을 자처하는 20대까지 아우른 현장이다.

이날 저녁 공연을 찾은 박소연씨는 “CD를 듣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5월 진행된 남산골 공연을 처음 봤다. 춘향가와 두번째달이 접목됐다는 것을 모르고 찾았는데 정말 신기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당시 공연이 잊혀지지 않아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앵콜 공연의 시작은 실제로 그랬다. 멤버 최진경(키보드, 아코디언)은 “남산골 공연 당시 반응이 뜨거웠다. 요청이 많아 앵콜 공연을 마련했다”고 했다. 하루에 두 번 진행된 공연에선 재구매 관객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라는 뜻이다.

이날의 공연은 ‘기산영수’라는 대목으로 문을 열어 두번째달의 새 앨범 ‘판소리 춘향가’의 첫 곡인 ‘적성가’로 시작됐다.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젊은 소리꾼들의 판소리는 과거를 뛰어넘어 두번째달의 음악에 자연스레 동화됐다.

“얘, 방자야!”(고영열), “이게 지금 절 부르는 건가요?”(김준수)

젊은 소리꾼들이 역할을 넘나들며 서로를 부르자 팬심도 요동쳤다. “너 방자 역할 똑바로 해라.”(고영열), “저보다 동생인데 싸가지가 없어요.”(김준수) 짜여진듯 짜여지지 않은듯 마당놀이 그대로 현장감을 살린 젊은 소리꾼의 상황극에 객석은 또 한 번 박장대소다. 최진경은 “저희 공연에서 이런 크기의 박수와 환호성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굳이 조용한 관객만 온 건 아닐테고, 그 분들이 이 분들이실텐…”라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적성가’로 시작한 공연은 앨범 구성 그대로 한 곡씩 이어졌다. 피아노 선율을 품은 ‘만첩청산’에 이어 ‘사랑가’가 흐르고, 두번째달의 히트곡인 ‘얼음연못’과 만난 ‘이별가’가 나오자 객석도 서서히 판소리가 익숙해진듯 했다.

그 때쯤이 ‘추임새’ 학습 시간이다. 판소리엔 빼놓을 수 없는게 ‘추임새’라며 젊은 소리꾼은 ‘얼씨구’, ‘좋다’, ‘잘헌다’ 세 마디를 전수한다. 따라하는 관객들의 실력이 제법 대단하다. 두번째달 리더 김현보는 “고향이 경상도인데 꼭 전라도 사투리로 해야하냐”며 “혹시 영어로 ‘오! 나이스~’라고 해도 되냐”며 ‘추임새’를 넣는다.

‘좋다!’ 추임새가 터지자 두번째달의 본성이 드러났다. 변학도가 등장하는 ‘신연맞어’가 시작되자, 객석에선 놀라움을 품은 탄성이 새나왔다. 경쾌한 악기들이 줄줄이 등장해 “리듬의 변주로 드라마틱한 편곡”(백선열)을 완성하니 “서부영화 풍의 거들먹거리는 느낌”(최진경)이 살았다. 지루할 틈이 없이 흥겹다.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웃음이 터지기 일쑤인 두번째달 멤버들의 일상처럼 흥미진진한 곡이다.

공연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이어졌다. 춘향가의 전체 스토리는 두번째달의 변화무쌍한 연주만으로도 기쁨과 슬픔은 물론 위기, 절정에 ‘사이다’ 결말까지 충분히 전달됐다.

‘판소리 춘향가’의 앨범 발매 이후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삼청각에서 점심 공연을 가졌고, 5월 남산골 한옥마을에 이어 앵콜공연까지 진행하니 멤버들 스스로도 “점점 호흡이 잘 맞아 만족감을 느끼는 단계”에 달했다.

공연을 찾은 젊은 부부인 주수경(34), 이제훈(34)씨는 “이번 음반이 나오고 계속 듣다가 공연을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며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두번째달 음반 덕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본 공연이다”, “음반이 나왔을 때 처음 듣고 정말 충격이었다. 공연으로 보니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선물은 두번째달의 히트곡 메들리였다. 리더 김현보는 “준비된 앵콜”이라며 “저희 음악을 들으면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배가 고프다는 분들이 많다”며 숱한 예능 프로그램과 각종 드라마 OST에 삽입되며 익숙해진 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이온음료 CF에 나온 바로 그 곡이었다. 두번째달의 유일한 보컬을 자처하는 김현보가 노래를 불렀다. “라라라라라라라라 널 좋아한다고~.” 객석에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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