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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치료제 병용요법, 단독 요법보다 항암치료 효과 높아”
- 대한항암요법연구회, ASCO 최신 임상결과 발표

- 혈액 등 ‘액체생검’으로 암환자 체내의 암유전자 변이 용이 확인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강진형)는 23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ASCO에서 주목을 받아 향후 국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암 완치를 향한 희망,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 ‘액체 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등의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인제대 서울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손주혁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 임승택 연세대 원주의과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제공=PR 봄]
▶면역치료제 병용용법, 단독 요법보다 치료 효과 우월=임승택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지난 ASCO에서 구연 발표된 면역항암제의 병용 요법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종양과 싸울 수 있도록 해주는 면역 관문 억제제들이 등장, 다양한 약제들이 여러 암종에서 효과를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 요법으로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제한적이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약제들과 병용 요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ASCO에서는 PD-1 경로 억제제와 CTLA-4 억제제 병용 요법의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CTLA-4 억제제는 림프절에서 T세포가 항원전달세포(antigen presenting cell, APC)에 항원을 인식해 활성화되는 과정(priming phase)에 관여한다. PD-1 경로 억제제는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들이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과정(effector phase)에 관여한다. 이 두 가지 억제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며, 병용 요법 시 상보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이전에 치료를 시행한 적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의 병용 요법 1상 연구인 CheckMate-012에 따르면, PD-L1이 1% 이상 발현된 경우 57%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을 보였고, 대부분의 환자(83~90%)가 1년 이상 생존했다.

병용 요법의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니볼루맙 단독 요법과 비슷했으며(11~13%), 치료와 관련된 사망은 없었다.

CheckMate-032는 1차 이상 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한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니볼루맙 단독 요법과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 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1/2상 임상시험이다. 병용 요법의 객관적 반응률이 단독 요법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치료 1년 시점에 40%이상의 환자들이 생존했다.

다만 병용 투여군에서는 7~11%의 환자들이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고, 3명의 환자가 사망(중증 근무력증, 신부전 악화, 간질성 폐렴)했다.

임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갑상선질환, 간염, 폐렴, 설사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을 낮추기는 했으나,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면역항암제의 독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흑색종 환자의 1차 치료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 요법과 단독 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연구 CheckMate-067의 장기간 추적 관찰 결과에서도 병용 투여군에서 높은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승택 교수는 “최근 ASCO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면역치료제 병용요법은 단독 요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이 아직까지는 임상 연구 외에서는 허가 전이고 약제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국내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혈액 등 액체생검, 기존 조직생검에 비해 간편=손주혁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를 주제로 두 번째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암의 발생은 유전자 변화와 관련돼 있는데, 동일한 암을 진단받은 암환자들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화를 가지고 있다. 암 치료는 환자의 몸에 있는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정확히 진단해 이를 바탕으로 치료법이나 약제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환자의 특성에 따른 암맞춤치료(personalized cancer therapy)를 하기 위해 최근 조직생검이 진단 시뿐만 아니라 치료 중이나 재발시에도 수시로 필요하게 됐다.

손 교수는 “조직생검은 바늘, 내시경 등을 이용해 인체에 침습적으로 시행돼 환자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액체생검은 천자나 절개 등의 침습적인 시술 없이 혈액이나 복수 등 체액에 있는 암의 유전자조각을 이용해 검사하는 방법이다. 같은 환자일지라도 암덩어리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낸다. 한 환자의 암덩어리 중 한 개를 조직 생검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하면 그 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액체생검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보면, 기존 폐암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특정유전자(T790M)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로실레티닙의 임상연구에서 액체생검(혈액)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서 로실레티닙 치료 전에 폐암조직,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특정유전자(T790M)의 여부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간에 8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으며 치료효과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대(직)장암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8명의 대(직)장암 환자의 혈액에서 BEAM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RAS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에서 시행한 RAS 유전자 검사와 일치도를 비교 분석했을 때 약 90%의 일치율을 보였다.

그 동안 액체생검 관련 임상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지적됐는데, 이번 ASCO에서 이를 보완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폐암, 유방암, 대(직)장암 등으로 진단된 1만51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간에 유전자 변화를 비교연구한 결과, 386명에서 혈액과 조직 간에 유전자 변이 결과는 약 87%의 일치했고, 혈액생검과 조직생검을 시행한 시간차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98%까지 일치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액체생검은 암환자의 개인별 맞춤치료를 위해 필요한 암유전자 변이정보를 채혈처럼 보다 용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 FDA 액체생검 승인과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연구들로 인해 암 치료약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혈액을 이용하는 시대가 처음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액체생검은 혈액 내 매우 소량의 DNA를 검출ㆍ분석하기 때문에 향후 더욱 기술적 발전이 요구되며, 향후 조직생검과 상보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FDA는 올해 6월 폐암의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 치료를 결정할 때 필요한 EGFR 유전자 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cobas® EGFR Mutation Test v2를 승인했다. 이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암관련유전자(DNA)를 환자의 혈액에서 검출하는 액체생검 방법 중의 하나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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