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16 대한민국 재택 보고서 ②] ‘일ㆍ가정 양립+저녁이 있는 삶’ 바람 불지만…
-상위 30대 그룹 중 절반, 유연근무제 도입

-중견ㆍ중소기업도 유연근무제 도입 확대

-작년 시간선택제도입 기업, 전년比 123.9%↑

-학계 “생산성 극대화, 출산율 저하에 특효약”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 회사에 다니는 조모(30) 대리는 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짧은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주말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해 고속도로 체증이 시작하기 전 가족여행지인 통영으로 떠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율출퇴근제’ 덕분이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일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1주일 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한 것이다.

#2.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5ㆍ여) 매니저는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컴퓨터를 켠 채 근무한다. 4세의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딸을 키우며 결혼 전부터 다닌 회사를 그만두려던 중 회사에서 육아기 자녀를 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박 씨는 1주일에 한번 회사에 들어가 회의를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업무를 받아 집에서 일하며 정해진 날짜에 보고만 하고 있다. 박 씨는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우면서 내 할 일도 이어갈 수 있다 보니 좋다”며 “아이들 걱정을 하지 않으며 일할 수 있다보니 능률도 더 오르는 느낌이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구호로만 여겨졌던 ‘일ㆍ가정 양립‘과 ’저녁이 있는 삶‘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ㆍ중소기업들까지도 직종별 특성에 맞춰 출ㆍ퇴근 시간을 조절하고, 심지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재택근무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담고 있는 유연근무제의 도입 활성화가 그동안 구호 정도로 여겨졌던 ‘일ㆍ가정 양립’과 ‘저녁이 있는 삶’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재택근무 및 시차 출퇴근제 등 시간 측면에서의 유연근무제 도입은 물론 지정 좌석을 없애 상황에 맞춰 전국 어떤 사업장에서든 출근해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한 유한킴벌리의 모습. [사진제공=유한킴벌리]

유연근무제란 근로시간단축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이동근무제 등 7가지 제도를 통칭하는 말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재택근무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담고 있는 유연근무제의 도입 활성화가 그동안 구호 정도로 여겨졌던 ‘일ㆍ가정 양립’과 ‘저녁이 있는 삶’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재택근무 및 시차 출퇴근제 등 시간 측면에서의 유연근무제 도입은 물론 지정 좌석을 없애 상황에 맞춰 전국 어떤 사업장에서든 출근해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한 유한킴벌리의 모습. [사진제공=유한킴벌리]

지난 2015년 전경련이 자산순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30대 그룹 유연근무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ㆍSKㆍLGㆍ롯데ㆍ포스코ㆍ한화ㆍKTㆍ두산ㆍ신세계ㆍCJㆍLS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ㆍKCCㆍ코오롱 등 15개 그룹이 최소 1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유연근무제의 효용성에 대해 인정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유연근무제 도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견ㆍ중소기업들 역시 유연근무제 도입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 중 하나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1만3338곳으로 2014년(5957곳)보다 123.9%, 지원 인원은 562명에서 1만1056명으로 96.7% 각각 증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한 노동자도 2061명으로 전년 대비 84.7% 늘었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기업문화 개선은 물론 생산 효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유연근무제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관리비용을 가장 최소화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독일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도 효과는 분명히 드러났다”며 “노동력의 전문성 유지 및 업무의 연속성 등을 봤을 때도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ㆍ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것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출산율 저하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유연근무제 도입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남녀 모두를 위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가 도입됐다”며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 축소까지 병행된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유연근무제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보니 도입을 주저하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직원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도를 따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