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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물가ㆍ저성장 통계의 함정①]“월급빼곤 다 오르는데 저물가라니?”
살인적인 전셋값 고공행진, 떨어질줄 모르는 학원비에 서민 체감물가는 ‘高高’
한국은행 통계 물가상승률은 0%대 저물가…한은 물가설명회 연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0.8%(물가 공식통계) vs 2.5%(국민 물가인식).’

#.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40)씨는 요즘 물가와 관련된 기사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0%대 저물가’라는 헤드라인을 보면 울화통이 터지기도 한다. 김씨는 “전셋값이 계속 올라 재계약은 꿈도 못 꾸고 아이들 교육비도 그대로인데 물가상승률이 고작 0.8%밖에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면서 “차라리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 차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총재 설명회까지 준비할 정도로 저물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살기 팍팍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달 소비자물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처음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내달 14일이나 15일께 기자간담회 형태로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은이 전례 없는 총재 물가설명회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저물가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앞서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2.0%)에서 0.5%포인트 이상 이탈하면 그 원인과 전망, 통화정책 운영방향 등을 밝히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8%에서 2월 1.3%로 올랐다가 3∼4월엔 1.0%에 그쳤고 5월에는 0.8%로 떨어졌다. 내달 초에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의 저조한 움직임과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것도 한은에는 우려되는 점이다. ‘저물가→기대인플레 하락→물가 하락→판매ㆍ생산 위축’이라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1년 간 물가에 대한 기대인플레는 9개월 간 2.5%를 유지하다 지난달 2.4%로 하락했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1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회복세를 더디게 할 정도로 저물가가 심각하다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 저물가는 딴 세상 얘기”라는 것이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ㆍ월세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데다 소주, 과자, 아이스크림 등 소비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이런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6030원에서 동결하자는 경영계 주장에 반론이 많은 것도 이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실제 통계 자료를 들여다보면 물가상승률과 체감물가 사이에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은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물가인식’은 5월에 2.5%로 실제 물가상승률(0.8%)과 1.7%포인트 차이가 났다.

생활필수품 위주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0.1%)과 비교하면 격차가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물가인식은 지난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담은 지표로, 소비자들이 물가에 대해 정부의 공식 물가지수와 그만큼 다르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큰 이유로는 지표 산정기준의 차이와 심리적 요인 등이 거론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소비 지출에서 비중이 큰 481개 대표품목의 가격변동을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반면, 체감물가는 특정품목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구입빈도나 시점에 따라 물가를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또는 전년동월 대비로 상승률을 계산하지만, 소비자들은 과거에 제품을 샀던 시점과 비교하는 특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체감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득에 따라서도 체감물가가 달라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저물가의 가계 특성별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지만, 소득이 적은 1분위의 물가상승률은 1.1%였다. 저소득층에서 지출 비중이 큰 식료품, 주거, 보건 부문의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쌀, 달걀, 배추, 소주 등 생필품 142개 품목만을 산출한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나 신선식품지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체감물가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지만, 그 차이가 커질수록 정부 물가정책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문제다.

이에 통계청은 내년 물가통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의 개편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기고 가중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 중 하나인 월세(3.08%)의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월세 가중치는 스마트폰 이용료(3.39%), 휘발유(3.12%)보다 낮아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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