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카페] 이한열의 운동화는 어떻게 복원됐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전작 ‘바느질하는 여자’에서 한땀 한땀 여자들의 인생을 바느질로 누볐던 소설가 김숨(42)이 이번엔 100여개 조각으로 파편화된 운동화를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한 젊은이의 삶과 역사를 복원해냈다. 운동화의 주인은 다름아닌 청년 이한열.

1987년 6월9일 연세대에서 열린 ‘6ㆍ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한 달간 사경을 헤매다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은 바로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L의 운동화/김숨 지음/민음사

피격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270mm의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현재 오른쪽 한 짝만 남아있다. 밑창이 100여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손상된 것을 2015년 그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3개월에 걸쳐 복원,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소설은 마크 퀸의 자화상 ‘셀프’로 시작된다. 자기 두상을 모형으로 한 석고 거푸집에 자신의 피를 부어 응고시킨 작품이다. 청소부가 실수로 작품을 보관한 냉동고의 전원 코드를 뽑는 바람에 피가 녹아내려 훼손됐다.

화자인 복원전문가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세계적인 미술품들의 실제 복원사례와 함께 ‘복원’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끌고간다. 화자는 복원하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한다. L의 운동화를 최대한 복원할 것인가? 최소한의 보존 처리만 할 것인가?

그가 도달한 지점은 “28년 전 L의 발에 신겨 있던 운동화를 되살리는 동시에, 28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는 것”.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역사적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역사 속에 스러져간 억울한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설은 묻는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