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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샹그릴라대화, 한미vs중러 사드 갈등 재확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3~5일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한미와 중러간 사드에 대한 의견차가 재확인됐다.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려 일명 ‘샹그릴라대화’로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돌발적으로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회의가 열리기 전 한국 국방부는 이번 회의(의 한미간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는 정식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를 거론 거론했지만, 곧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이 진화에 나섰다. 양측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간 사드 논의는 공식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최근 중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 가운데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심상치 않은 북중관계에 대해 미국이 경계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3~5일 열린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해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지난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직후 한미간 공식화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ㅇ선제적으로 기세를 제압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샹그릴라대화가 시작되자 사드에 대한 갈등이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 대표는 5일 주제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한국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번 회의에 중국을 대표해 참가한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 부참모장은 “사드 배치는 지역의 안정을 잠식할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질의응답 세션에서 사드에 대해 다시 한 번 “사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안다”면서 “사드의 한반도 전개는 그들이 필요한 방어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쑨 부참모장은 4일 한민구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반대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차관도 주제연설에서 사드를 겨냥한 듯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방어협력이 전략적인 안정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러가 연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반면, 한미는 이 이슈에 대해 오히려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미 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성공에 중국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민구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4일 샹그릴라대화 본회의에서 주제발표에 나섰지만 사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사드를 공식 의제로 삼지 않았다.

사드 관련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한 장관은 주제연설 뒤 이어진 질문에 답하면서 “대한민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과의 회담에서 중국 측이 먼저 사드를 거론하자 “중국이 사드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본다”며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로, 필요하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해줄 수 있다”며 기존 미국의 사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렇게 사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사드가 군사적 사안인 동시에 국제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는 북핵 위협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실상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환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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