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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모콘 세대’ TV 주인공이 되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안방 시청률을 책임지고 있는 50~60대가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리모콘 세대’가 카메오나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전격 데뷔했다.

스타의 아이들? 이젠 엄마 아빠가 주인공= KBS2 ‘해피투게더-슈퍼맨’에서 잠깐 얼굴을 비췄던 추성훈의 아버지 추계이가 이번엔 사랑이 할아버지가 아닌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고정출연이다. 지난 2일 첫 방송으로 포문을 연 tvN ‘아버지와 나’에서는 추성훈, 김정훈, 에릭남, 로이킴 등 2-30대 젊은 아들의 파트너로 그들의 아버지가 캐스팅됐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해외 여행을 간다는 설정이다. 한참 육아 예능 열풍 속에 스타들의 아이들이 등장했다면, 이번엔 스타들의 아버지다.

[사진=tvN제공]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SBS ‘대타 맞선 프로젝트 엄마야’는 아직 인연을 찾지 못한 딸 대신 엄마들이 소개팅에 나가 딸의 남자친구를 찾는 내용이다. 여기서도 젊은 2-30대 여자 연예인이 아닌 5-60대 엄마들이 주인공이다. 스튜디오에 나온 엄마들은 두 남자 MC의 진행 아래 재치 있는 멘트와 적극적인 구애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어엿한 메인 패널로 그들의 말과 행동이 곧 프로그램의 동력이 된다. 2-30대 남녀의 커플 매칭이 아닌 엄마들의 등장은 그간 볼 수 없었던 포맷이다.

[사진=SBS제공]

엄마 아빠에게 이런 모습이? 세대 간 격차 줄여= tvN ‘아버지와 나’에서는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기만 한 부자관계를 타계해 나가는 모습이 비춰졌다.

추성훈의 아버지 추계이는 아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등 여행에 적극적인 열의를 불태웠다. 추성훈은 아버지가 유럽여행을 꿈꿔왔다는 걸 전혀 몰랐다. 김정훈의 아버지 김순명은 영어를 못해 허둥대는 아들에게 “처음이라서 그렇다. 잘 했다”고 격려해 준다. 자신도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에 김정훈은 “전혀 몰랐다”며 아버지에게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아들도 아버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점점 벽을 허물어 갔다. 아버지들의 모습과 행동, 이야기가 브라운관에 그려지며 부자간, 세대간 격차를 조금씩 좁혀 갈 수 있었다.

SBS ‘엄마야’에서도 딸 대신 나온 네 명의 엄마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엄마들은 딸 자랑을 늘어 놓으며 서로 견제를 하더니 사위 쟁탈전에서는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며 딸도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엄마들은 축적된 경험과 연륜을 통해 남자를 선택하고, 중간 선택에서 딸과 얼마나 의견이 맞았는지 모녀 간 교감 평가를 통해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단순히 엄마와 사위의 소개팅이란 것 외에 엄마와 딸 간의 애정과 이야기를 풀어 내면서 세대간 소통의 장도 연 셈이다.

[사진=tvN제공]

시작은 ‘꽃할배’, 드라마서도 ‘시동’= 예능에 누군가의 부모, 중장년층 세대가 등장한 건 tvN ‘꽃보다 할배’였다. 2013년 7월 이순재, 신구 등 70대를 넘긴 ‘할배’ 배우들이 예능계에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여기서 젊은 청춘인 이서진은 짐꾼, 진짜 주인공들은 이 할배들이다. 네 명의 중견배우들과 짐꾼 이서진이 해외 배낭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 안에서 할배들의 활약을 대단했다. 아이 같은 귀여운 모습부터 난관에 봉착했을 때 지혜로 풀어나가는 어른의 모습까지 6-70년을 살아온 연륜은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사진=tvN제공]

예능이 첫 스타트를 끊어 4-50대를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면 드라마도 초읽기에 들어 갔다. 지난 5월 시작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시니어 어벤저스’가 통째로 등장한다. 여배우 고현정이 중심이 아니다. 고두심, 나문희, 김혜자, 윤여정, 신구 등 6-70대 중견배우들이 그들 자신의 삶을 그대로 연기한다. 기존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 아빠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들이 이 드라마 안에서만큼은 그들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더 이상 5-60대 시니어들이 누군가의 엄마, 아빠로 뒤에 숨어있거나 조연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식들 앞에 나서서 당당히 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는 “가장 트렌디 하다고 여겨지는 케이블 채널에서부터 발 빠르게 중장년층을 예능과 드라마에 내세우는 건 그 만큼 주 시청층이 중장년층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트렌드를 가장 빨리 캐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액티브 시니어’란 말이 나오듯 이제는 점점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이들 중장년층의 주도권이 좀 더 세지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노년층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공통점이 ‘소통’”이라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권위주의적인 어른이 아니라 소통 지향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어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나 오해도 풀 수 있고 세대간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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