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카페]라이트형제보다 300년 앞선 조선의 비행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1903년 라이트형제가 만든 플라이어호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300년 앞선 1592년 조선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비행기가 있었다는 걸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조선의 하급 군관 정평구가 개발한 비거(飛車)다. 문헌에 따르면, 임진왜란의 격전지로 꼽혔던 진주성 전투에서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며 맹활약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항공 과학자 이봉섭 씨가 오랫동안 전설 속에 묻혀 있던 비거의 실체를 파헤쳤다. 한국과 러시아에서 항공공학을 연구한 저자는 비거의 존재를 기록한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문헌인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을 단서로 삼아 비행수단으로서의 비거 모형을 재현해냈다. 16세기 과학기술 수준과 재료로 하늘을 나는 장치가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이봉섭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저자는 우선 비거의 동체를 조선의 배, 한선에서 따왔다. 바닥이 평평한 한선의 구조를 적용한 비거는 새에 가까운 비행과 착륙이 가능해지는 형태를 띠었다. 특히 배를 가로지는 장쇠는 구조물을 안정화시키는 탁월한 기능을 보였다. 이는 놀랍게도 형체는 다소 다르지만 현대 비행기의 동체를 구성하는 세미 모노코크 구조의 기본 개념과 같다. 그렇다면 비거의 날개는 어떤 형태였을까. 저자는 한선의 전통 돛에서 바로 비행기의 날개와 같은 양력의 발생원리를 찾아낸다. 저자는 화약을 다루는 무관이라는 정평구의 직책을 고려, 대신기전의 발화통을 추진 기관으로 삼아 이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어 비거의 소재 찾기, 비행실험까지 하나하나 가능성을 모아가는 과정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