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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저소득층 청소년들 ‘고통 사각지대’ 없도록 살펴야
지난 주 국내 유명 생리대업체가 가격인상을 발표한 뒤 SNS를 달군 ‘생리대 논란’은 충격을 던져줬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최소한의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여학생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로 버티거나, 아예 학교를 빠지는 학생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결석한 학생을 찾아갔다 내막을 알게된 선생님이 함께 울었다는 얘기에는 할 말을 잃었다. 대부분의 학교 보건실에는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지만, 민감한 나이의 학생들이 보건실을 찾는 것은 웬만한 용기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에게 초경은 ‘진정한 여자’가 된다는 신호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말못할 고통이 된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위협받는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현황’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6%인 133만명(90만5000가구)이 그 대상이며, 12~19세의 여자 청소년이 8만6000명을 넘는다.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면 10만명을 웃도는 여학생들이 생리대문제와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편부나 조부모와 생활하는 학생들의 경우 제대로된 생리교육조차 받을 수 없어 도움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이들에게는 7000~8000원 하는 30여개짜리 생리대세트 값도 부담스럽다. 먹고 사는 문제에 시달리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생리대 얘기를 꺼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선은 아닐지라도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쌀과 주거문제 외에도 사회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좀 더 안전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경제력과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한 용품의 경우 무상이나, 저가에 제공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단체나 지자체가 크라우드 펀딩과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몇차례 관련법안이 좌초된 바 있다. 여가부나 복지부 등도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버스ㆍ지하철요금이나 소주, 담뱃값 등 서민경제와 민감한 부분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업체도 쉽게 인상하지 못하고, 정부도 엄격히 관리한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이 사용하는 생리대같은 필수품은 국민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등한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래를 꿈 꾸어야할 청소년들이 이런 문제로 상처받고 수치심을 얻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진화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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