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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오해영’ 서현진, 너는 내여자…에릭, 너는 내남자…
에릭, 연기인생 13년 만에 ‘로코킹’ 타이틀
송현욱 감독 “로코에 최적화된 배우” 극찬
서현진 ‘보통여자’ 현실적 연기에 시청자열광
김선아·공효진·황정음 이어 ‘로코퀸’ 등극



드라마 시장에 의외의 ‘로코킹’, ‘로코퀸’이 등장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더니 급기야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또 오해영’의 두 주인공 에릭 서현진이다. 

‘또 오해영’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더니 급기야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또 오해영’의 주인공 에릭과 서현진.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에릭, 연기인생 13년 만에 ‘로코킹’=눈에는 사연을 잔뜩 숨겼다. ‘사운드’를 다루는 직업(음향감독) 탓에 예민하기 그지 없다. 일 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인데다, 일에 관한 한 누구도 못 말리는 완벽주의다. 그 남자가 자신의 본심을 여주인공에게 쏟자 안방극장이 술렁였다. 에릭은 지금 동명의 ‘오해영’ 사이에 홀로 선 남자 박도경을 연기하고 있다.

마흔을 앞두고 에릭(37)은 ‘로코킹’ 타이틀을 얻었다. 1998년 데뷔한 신화 시절부터 치면 어느덧 연예계 생활 20년을 앞두고 있다. 이미 연기 경력 13년차. 성공한 작품이 꽤 많은 데다, 멜로 드라마 속 주인공을 꿰차던 시절이 길었다.

에릭은 2003년 드라마 ‘나는 달린다’(MBC)로 연기자로의 겸업을 선언했다. 이듬해 에릭은 ‘불새’를 계기로 연기자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타고 있잖아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이 작품으로 에릭은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2011년 암흑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KBS2 ‘스파이명월’을 찍는 동안, 여배우의 촬영장 이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에릭은 이후 배우로선 숨고르기 시간에 돌입했다. 그룹 신화의 활동을 통해 무대를 오갔다.

3년 만에 출연한 ‘연애의 발견’(KBS2)은 잠시 안방극장에서 사라졌던 에릭을 다시 보게 된 작품이다. 가수로도 배우로도 오래 봐왔기에 새로운 매력을 찾기 힘든 익히 알려진 얼굴이 난데없이 ‘로코킹’의 반열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에릭이 끊었다. 첫 단추가 ‘연애의 발견’이었다. 에릭은 드라마에서 영문도 모른 채 여자친구의 이별을 받아들인 후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며 성숙한 남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성윤 PD는 본지에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였던 탓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지만 함께 해볼수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캐릭터에 잘 녹아드는 모습”이 에릭의 장점이며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햇다.

드라마 속 에릭은 교집합이 많다. 캐릭터마다 조금씩 닮은 모습의 연장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2세(불새), 사랑을 우습게 여기는 나쁜 남자(케세라세라)였다.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를 오가면서도 자기 안에 상처를 가진 남자 캐릭터다. 배우에게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인데, 에릭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눈을 가졌다.

‘또 오해영’을 연출하는 송현욱 감독은 “이번 촬영을 통해 에릭은 로코와 멜로에 최적화된 남자 배우란 느낌을 받았다. 감정의 분출보다는 표정과 손짓, 눈빛 등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 에릭만의 박도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걸그룹 출신 서현진, 차세대 ‘로코퀸’=신종 ‘걸크러시’다. 요즘 이 여자 ‘오해영’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울고 웃는다. 지극히 평범한 스펙. 굳이 내세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감출 것도 없다. 눈에 띄지 않는 외모, 내일 당장 사표를 던져도 될 만한 여유까진 부족한 집안환경, 대단치 않은 학벌, 대기업에 다니지만 승진에선 밀리는 대리 오해영. 하지만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거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소녀가장’은 아니다. 다만 예쁜 동명이인 덕에 학창시절 내내 ‘그냥’ 오해영이라고 불리며 비교 당한 ‘억울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일생 일대의 트라우마는 사춘기 시절 형성됐다. 결혼 전날 파혼을 맞는 비극도 안고 있다.

‘흙수저’라 불리지만 따지고 보면 누구라도 감정이입엔 무리가 없는 보통 여자다. “내가 오해영”이라는 ‘자기 고백’이 줄을 잇는 이유다.

서현진(31)은 ‘애틋한’ 오해영을 만나 연예계 생활 15년 만에 모처럼 활짝 폈다.

“여배우로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또 오해영’ 송현욱 감독)하는 자세는 현실적인 일상연기로 묻어난다.

소주 한두 병은 마신 듯 적당히 혀가 풀린 만취 연기,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능청스러운 연기, 꾹꾹 눌러뒀던 눈물을 쏟아내는 감정 연기에선 착실히 한 길을 걸어온 서현진의 내공이 돋보인다. 서현진을 두고 업계에선 김선아, 공효진, 황정음을 잇는 ‘로코퀸’으로 부른다.

커다란 눈, 오똑한 콧날을 가진 인형같은 여배우들의 얼굴과는 거리가 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인공미의 흔적을 굳이 찾기 힘든 얼굴이다. 단정하고 튀지 않는 외모 덕에 서현진은 사극에서의 섭외가 많았다. ‘황진이’ (2006) 이후 MBC ‘신들의 만찬’, ‘짝패’, ‘제왕의 딸 수백향’, ‘불의 여신 정이’, tvN ‘삼총사’에 이르기까지 서현진은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

tvN ‘식샤를 합시다2’(2014)는 서현진의 연기 인생을 바꿔놓은 드라마다. 식탐을 끊지 못해 뚱뚱했던 유년시절은 따돌림 당하고 놀림받기 일쑤였다. 죽을 각오로 덤빈 다이어트로 날씬한 몸을 얻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프리랜서 작가로 생활하며 원고료 대신 김 세트를 받는 가난한 청춘. 서현진에게서 ‘흙수저 로코퀸’의 조짐이 발견된 작품이다.

‘또 오해영’을 연출하고 있는 송현욱 감독은 “오해영에 대한 공감대를 극대화할 수 잇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식샤를 합시다2’ 중 서현진이 공원에서 우는 신을 보면서 배역의 아픔을 진실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보였다”며 “이 배우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오해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지난 15년간 사람들은 서현진을 몰랐다. 서현진이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공간은 많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 다소 ‘억울하고 애틋할 수 있는’ 20대를 보낸 이후 마침내 두각을 드러냈다.

송현욱 감독은 서현진에 대해 “몇 번이고 ‘다시’를 외치며 좋은 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줘 주변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송현욱 감독)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이 제대로 올랐다”(박호식 CP).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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