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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다의 엄지는 가짜엄지”…진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 기사입력 2016-05-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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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유전자 선택’개념 비판
인간중심주의·과학맹신 폐해 등 지적
“진화의 결과물은 완전치 않다”…
타계 14년째되는 날에 재출간 눈길



2002년 5월22일 미국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가족’ 시즌 13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 에피소드 22편이 끝났을 때 자막이 하나 떴다. 다름 아닌 이틀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었다. 굴드가 1997년 12월23일 방영된 에피소드에 성우로 출연한 인연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5월20일은 굴드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 째 되는 날. 그의 대표작 ‘판다의 엄지’가 번역 출간됐다. 1998년 출간돼 대학생 필독서로 사랑받았으나 절판돼 중고서점에서 5만원에 거래돼왔던 책이다.

이 책은 굴드가 27년간 ‘내추럴 히스토리’에 ‘이런 생명관’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연재했던 300편의 글 중에서 초기 원고 31편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평생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해온 굴드는 이 책에서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오해받고 오용되고 잘못된 사회적 실천을 낳는지 다양한 과학적 탐색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굴드는 과학자체도 과학자 자신이나 사회의 선입견, 바람, 욕망과 결합되면 왜곡되고 오용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판다의 엄지얘기는 그가 과학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판다는 일반적으로 곰이 잡식성인 것과 달리 오로지 대나무만 먹는데 하루 10~12시간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보낸다. 2개의 앞발로 대나무의 줄기를 쥐고 유연하게 보이는 엄지와 나머지 발가락들 사이로 줄기를 통과시켜 잎을 훑어내는 능란한 솜씨로 새순만을 골라 먹는다.

판다의 엄지는 해부학적으로는 발가락이 아니다. 발가락 다섯개는 따로 있다. 한마디로 ‘가짜 엄지’다. 손목을 이루는 작은 부분인 요골종자골이라는 뼈가 커져 마치 실제 발가락처럼 길어지고 기능하게 된 것이다. 판다의 엄지는 그것을 보강하는 뼈를 갖고 있을 뿐 만아니라 기민함을 이루는 근육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 근육들은 완전히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일부 구조가 새로운 기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가짜 엄지는 진짜 엄지처럼 나머지 발가락과 마주보는 손가락으로 변하진 않았다.

굴드가 판다의 엄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화의 결과물은 그리 주도면밀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세 가지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진화론은 현재 수준만으로도 만족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확립되어 있지만, 앞으로도 불가사의한 현상이라는 귀중한 발굴물들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미발달했기 때문에, 아직도 풍부한 미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판다의 엄지’에서)

굴드는 특히 사이비과학의 실체를 밝히는데 열정을 보였는데, 가령 사람의 머리뼈와 유인원의 아래턱뼈를 합쳐놓고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고 보고했던 필트다운인 화석 사기사건을 마치 수사관처럼 치밀하게 재구성해 눈길을 끈다.

그는 사건 연구자들이 찾아낸 몇 가지 단서 속에서 사회적인 명성과 권위 때문에 감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이를 범인으로 지목해낸다. 굴드는 이 스캔들을 통해 과학이 동시대의 사회, 문화, 경제, 사상적 맥락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네안데르탈인에 맞먹은 인류 조상의 화석을 갖고 싶었던 영국 과학계, 필트다운인 화석을 엄밀하게 검증할 수 없게 만든 당대의 연구관행이 이 사기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굴드는 당대의 진화생물학자들과 전면적인 논쟁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 중 ‘이기적 유전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와의 논쟁은 흥미롭다.

정통다윈주의에서는 개체를 자연선택의 단위로 보는 것과 달리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윈주의 개념을 버리고 유전자를 선택의 단위로 제시했다.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를 보존시키고 더 많은 복제를 만들기 위해 작용할 뿐”이며, “몸은 유전자가 조작하는 생존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더 나아가 의식적 행동마저 유전자의 탓으로 돌린다.

이와 관련한 굴드의 공격은 여유롭다. “그가 아무리 유전자에 큰 힘을 부여하고 싶어도, 유전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은 유전자가 자연 선택에 직접 노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선택은 유전자를 직접 볼 수 없고 유전자들 중에서 어느 하나를 직접 고를 수 없다. 그 매개체로서 생물의 신체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굴드는 모든 생물의 몸은 개별 유전자에 의해 구축되는 각각의 부분으로 분해될 수 없으며. 몸의 각 부분은 유전자가 번역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도킨스의 관점을 따르면, 유전자와 몸 사이에 1대1 대응이 필요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굴드는 도킨스의 이론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로 서구의 과학적 사고의 악습, 즉 원자론, 환원주의, 결정론을 꼽는다, 전체란 모두 기본 단위로 분해시킬 때에만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굴드는 “생물은 유전자들의 융합 이상의 무엇이며, 생물은 역사라는 중대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종으로서의 다윈의 진화론과 인류의 문화적 진화론적 측면에서 더 유용한 라마르크의 진화론을 비교한 것도 흥미롭다.

인종주의를 뒷받침했던 뇌 계측학, ‘멍청한 공룡’이라는 인간중심주의, 과학맹신도 굴드의 비판대상에 들어있다. 출간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연과 생명의 진화론과 과학일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통찰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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