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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만 대박” 아니면 “100만도 어려운”…영화 양극화 심각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한국영화들은 ‘태생’부터 둘로 갈린다. ‘1000만 대박을 노려볼 영화’와 ‘100만도 어려울 영화’다. 300만~500만 정도의 평균 스코어를 내는 ‘중박’ 영화들도 실종됐다.

단순히 제작비가 적게 들고 많이 들고의 문제도 아니다. 작품성은 물론 입소문, 개봉시기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 중심에는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조정하는 영화 상영관 문제가 있다.

한국영화 양극화 심각= “몇해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한국영화라면 300~500만 관객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국내 영화사 대표의 말이다. “언제부턴가 영화 시장이 완전히 변했다”는 그는 “시기를 잘못 타면 100만 명 넘기조차 어려워지는가 하면, 어떤 영화는 1000만까지 방해물이 없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해어화’ 포스터

상반기 한국 최대 영화 투자제작사들의 기대작이었던 영화 두 편이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4월13일 같은 날 개봉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누적 관객수 48만 명, CJ엔터테인먼트의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누적 관객수 12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극장가 비수기인 4월 개봉한 영화들이라 해도 달리 경쟁작이 없었기에, 손익분기점에도 이르지 못한 흥행 참패가 더욱 씁쓸했다. 같은 시기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는 106만 관객, ‘대배우’(감독 석민우)는 16만 관객이 들었다.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야심 차게 출발한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도 개봉 10일 차인 13일 100만 관객을 겨우 넘어섰다. 한국영화로선 올해 960만 명을 동원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을 제외하고서는 500만 관객 고지를 넘은 작품이 단 한 개도 없다. 

‘시간이탈자’ 포스터

지난해도 ‘양극화’는 두드러졌다. 영화 ‘베테랑’(1341만명)과 ‘암살’(1270만명)이 ‘한국영화 쌍천만’ 시대를 열었지만, 한국영화들의 성적표는 대체로 초라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흥행 TOP5 중 한국영화는 4편, 5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한국영화는 7편이었다. 한 해 동안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영화가 537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도 22편에 그쳤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스틸컷

스크린 독점ㆍ발 빠른 상영관 조정이 원인=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스크린 과다 독점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흥행 10위권 영화 대부분이 1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돼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현재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인 ‘검사외전’도 “스크린 독점 덕분”이라는 오명을 상영 내내 끌고 다녔다. 극장 체인을 끼고 있는 대형 배급사가 맡은 영화들은 말하자면 태생부터 ‘금수저’인 셈이다. 이외의 ‘흙수저’ 영화들은 웬만큼의 상영관도 잡지 못한 채 예술영화관을 전전하거나 공동체 상영, 감독과 배우 무대인사 등을 기획하면서 발을 동동거리는 분위기다.

예매율 등 관객 반응에 따라 유동적인 상영관 조정도 관객수 동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개봉한 ‘곡성’(감독 나홍진)과 지난달부터 파죽지세 흥행을 몰고 오던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의 상영관 수 변화를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곡성’ 스틸컷

‘곡성’의 전야개봉(공식 개봉일 전날 오후 5시 이후 개봉하는 것) 전날이었던 10일 ‘시빌 워’는 스크린 수 1583개, 상영횟수 7204회로 박스오피스 2위였던 ‘탐정 홍길동’에 2배 이상 많은 점유율을 보였다. ‘곡성’이 첫선을 보인 11일까지 ‘시빌 워’는 1444개 스크린을 유지했다. 이날 ‘곡성’은 891개 스크린을 차지했다.

하지만 ‘곡성’의 공식 개봉일이었던 12일부터 판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개봉 전날 ‘곡성’의 예매율이 50퍼센트 후반대까지 오르면서 상영관을 빠르게 조정한 영화관들은 12일 ‘곡성’에 1122개 스크린을 내줬다. 반대로 ‘시빌 워’는 862개로 2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스크린을 받아들였다.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시빌 워’의 기세가 꺾인 순간이었다.

극장 상영관의 재빠른 조정이 ‘롱런(장기흥행)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영화관 관계자는 “극장체인의 직영 영화관이든 위탁 영화관이든 실적이 중요한 부분이라 매우 민첩하고 전략적으로 상영관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극장 입장에서는 상영관을 관객으로 채울 것이냐 놀릴 것이냐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는 “결국 영화 선택은 관객의 몫인데, 문제는 관객이 100퍼센트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라면서 “자본 논리가 바탕이 된 상영 시스템이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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