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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R&D 혁신방안 어떤 내용 담겼나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R&D 혁신 방안’은 지난 40여년 간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온 노동ㆍ자본 투입 중심의 ‘추격형 경제전략’이 글로벌 경제 위기, 신흥국의 부상 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내수 침체, 저출산 및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불어닥친 저성장, 신성장 산업의 발굴 미흡으로 기술경쟁력으로 추격하는 중국과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신(新) 넛크래커 현상도 기존 R&D 체계가 대대적인 수술대로 오른 배경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 중심의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지만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연구 성과의 질적 도약을 저해하고 있고 정부-민간간, 산ㆍ학ㆍ연간, 부처간 영역 충돌, 협업 부족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R&D시스템은 추격형 산업경제 시대에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복잡한 평가ㆍ관리체계로 연구몰입보다 행정업무에 치중하는 관리 체계도 연구개발시스템이 도약하는 대 걸림돌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R&D 혁신방안’은 지난해 5월 수립ㆍ추진한 ’정부 R&D 혁신방안‘의 성과와 한계를 보완ㆍ발전시킨 것으로 R&D 시스템의 해묵은 병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압축 성장 시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은 ‘추격형 전략’이었다. R&D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의 모든 성장전략과 마찬가지로 R&D도 외국의 발전된 기술을 추격하면서 발전해 왔다. 대표적으로 80년대에 전자교환기 개발이나 D램, 90년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LCD 등이 추격형 R&D의 성과물로 분류된다. 추격형 R&D 전략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 선정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거기에 출연연이 주도를 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학까지 함께 어우러진 ‘산학연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구조였다. 국가 연구 역량이 부족하고 재원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모든 지혜를 모아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이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성과도 많았다.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신흥 산업국가의 추격 등으로 이제는 이런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우리가 모방할 대상이 없어지고 기술의 불확실성 높아진 것도 정부가 특정 프로젝트 선정하는 것이 더 이상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환경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R&D 역량이 매우 미약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좋은 연구자들이 많이 모였던 출연연이 공동연구를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의 R&D가 훨씬 더 비중 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환경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1년 R&D 예산이 정부 R&D에 버금가는 15조원에 달한다. 또 출연연은 연구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조직 특성상 자체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시장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가 할일과 민간이 할일이 구별이 잘 안되어서 단기 상용화 프로젝트를 정부주도로 하는 등 정부와 산학연이 차별성 없는 연구를 하면서 소모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러한 추격형 시스템을 선도형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선 R&D 역할분담이 이뤄진다. 앞으로 정부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전략분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이원화된다.

정부는 첨단ㆍ융합ㆍ협력 연구에 집중하고 대학의 기초연구와 중소기업의 R&D는 수요자가 주체가 되는 개방형 R&D로 추진된다.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소수의 중장기 혁신과제인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탑다운으로 기획해 추진한다. 앞으로 연구과제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초/인력양성 연구는 대학이 주관하고 목적기초/원천 연구는 출연연이, 상용화/개발 연구는 기업 주관을 원칙으로 한다. 정부는 기초ㆍ원천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상용화 연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투자하여 단계적으로 비중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R&D예산을 조정하고 배분할 때 기초연구 성과의 사업화, 산학연 협력,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용화 연구를 제외한 대학ㆍ출연연 주관의 상용화 사업 예산을 축소하고 거기서 절감된 재원은 재난 국방등 기초ㆍ원천연구 및 민간이 하기 힘든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은 한계돌파형 기초연구ㆍ인력양성, 출연연은 10년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 중심으로 투자, 기업은 상용화 연구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보직이 바뀐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R&D사업을 기획ㆍ공고할 때 기초ㆍ원천ㆍ상용화별 수행 주체 지정제가 도입된다.

또 연구시설ㆍ장비 등 직접비 투자를 축소하고 인건비 투자 비중을 확대해 직접비 부풀리기 관행을 없애고 연구시설ㆍ장비 도입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동 활용 촉진으로 시설ㆍ장비 투자비를 낮추고 효율성도 높여가기로 했다. 이공계 교수의 생애주기 맞춤형 연구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질(質) 중심의 연구자 역량 단계별 맞춤형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역량을 갖춘 신진연구자를 절대평가를 통해 선정, 최대 5년간 직접비 위주(연 3000만원)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과제수주를 위해 유행을 쫓는 잦은 연구주제 변경과 3년 이하의 짧은 과제지원 기간 등으로 한 가지 주제의 장기간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과 논문 건수 등 정량지표 중심의 획일적 평가 역시 이번 기회에 손질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주제를 평생 연구해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10년 이상의 장기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소속대학이 스스로 성과 관리하도록 연구자율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그랜트 지원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모든 대학 기초연구사업에 대해 논문 수, 특허 수 등 양적 성과목표를 전면 삭제하고, 대표성과 위주의 정성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모든 정부R&D 사업에 대한 제로베이스(Zero-Base) 재검토를 통해 R&D예산의 15%를 구조조정해 절감된 재원은 미래선도 및 국가 전략분야 등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학기술전략본부는 부처 예산요구에 대해 유사 중복 조정 및 정부R&D 혁신방향 부합 여부 등을 검토하여 5% 이상 절감해 절감된 재원은 미래선도 및 국가 전략분야 등에 선택과 집중 재투자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금액이 내년도 약 6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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