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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日 전범책임은 잊고, 원폭피해만 기억하라고?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계기
일본=피해자 역사왜곡 우려
“원폭투하 잘못” 美·日국민 늘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전범(戰犯)이 사라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일본 역시 피해자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원폭 투하 버튼을 누른 미국내에서조차 이같은 인식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이같은 ‘일본=피해자’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계획이 전해진 후 기자들에게 밝힌 입장에서 “유일한 전쟁 피폭 국의 총리와 세계에서 유일한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의 지도자가 희생자에게 애도의 정성 드리는 것이 희생 된 분들, 지금도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각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의 표면적인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이 줄곧 주창해 온 ‘핵 없는 세상’ 업적 달성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잘못된 것이라는 미국 내 여론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과거 원폭 관련 수행된 여론조사를 비교해 “히로시마 방문은 미국인의 원폭 투하에 대한 여론 이동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2차 대전 직후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원폭 투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종전 70년이 넘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갤럽 조사에 따르면 1945년까지만 해도 미국인의 85%가 원폭 투하에 찬성했지만, 2005년에는 찬성 비율이 57%로 뚝 떨어졌다. 또 디트로이트 자유 언론이 1991년 수행한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3%가 원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하다고 답했지만,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수행한 조사에서는 56%만이 정당하다고 했다.

특히 원폭이 부당하다고 답한 사람은 29%에서 34%로 늘었다. 미국에서 조차 원폭 투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원폭이 정당하다고 답한 일본인은 1991년 29%에서 지난해 14%로 더욱 줄어들었다.

국제 평화 싱크탱크인 월드뷰스는 미국 내 여론 변화의 원인으로 원폭에 대한 교육이 달라진 점을 꼽았다. 단순히 원폭의 전략적 가치만 강조하던 것에서 인적 피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달라진 교육을 받고 자라난 젊은 세대(18~29세)의 원폭 찬성 비율은 47%로, 65세 이상(70%)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김성훈ㆍ문재연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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