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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修身齊家治國 실천한 거목 故구태회 회장
LG그룹 창업고문·6선 국회의원 등 기업경영·정치에 큰 족적…
LS그룹은 고인의 ‘무욕의 경영’ 실천



올곧은 선비의 길을 걸었던 정ㆍ재계의 거목,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지난 7일 오전 3시30분 서울 신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그의 삶의 이정표였다. 제 몸을 닦은 뒤 가정을 돌봤고, 나라를 다스렸다. 비록 천하를 평정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삶 곳곳은 열정으로 충만했다.

1923년 경남 진주 지수에서 춘강 구재서 공(公)과 모친 진양하 씨 사이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사리에 밝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15세이던 1938년 최무 여사와 결혼한 뒤엔 든든하고 자상한 가장의 길을 걷는다. 2009년 최무 여사와 결혼 70주년을 맞이한 그는 70년 해로 부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장남 구자홍 LS-니꼬 회장 등 그의 4남2녀 자녀들에게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부친으로 기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형제 중 유일하게 정치의 꿈을 키웠던 그는 진주공립중학교와 일본 후쿠오카고교,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1958년 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6~10대까지 6선 의원을 지냈다. 1973년엔 무임소장관(정무장관)을 역임했고, 1976년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그러다가 그는 정치가 어지럽던 1982년, 맏형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를 도와 창업고문으로 기업경영에 뛰어든다. LG그룹이 GS, LS, 희성전선 등 여러개의 대그룹으로 분리되고도 재계 서열 4위 그룹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역할의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고인은 LS그룹 형제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공동경영 정신을 안착시키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동생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2003년 LG에서 계열 분리해 분리해 LS그룹을 창립했다. 태회ㆍ평회ㆍ두회 등 3형제의 유지를 받들어 창립한 LS그룹은 고인의 공동경영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초대회장은 고인의 장남 구자홍 회장이 역임했지만 2대 회장은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 승계됐다. 이는 ‘사촌간의 아름다운 경영승계’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재계의 한 인사는 “LS그룹은 1세대의 뜻을 따라 사촌형제 간인 2세대들이 경영권 분쟁 없이 무욕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했다.

LG그룹 창업 1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범 LG가 1세대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스스로 닦고 가정을 돌보며 기업을 세웠던 그의 선비정신만큼은 오래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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