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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후 내 아이는?]서울대 황경식 교수 “생각의 힘‘을 키워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 영어 유치원에서 외국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에게 똑같이 레고 장난감을 주고 놀게 했다. 그랬더니 외국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나 매뉴얼 없이도 스스로 원하는 것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나갔다. 반면 한국 아이들은 쌓여있는 레고 더미를 만지작거리며 선생님 얼굴만 바라봤다. 선생님이 뭘 만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아이의 자율적 놀이능력을 감퇴시킨 것이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사피엔스’의 저자 이스라엘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90퍼센트 이상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쓸모 없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기술진화속에서 지금 아이들이 인공지능(AI)과 겨룰 수 있을지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다.

서울대 황경식 명예교수는 이런 현실에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황 교수는 저서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특히 유치원 아이와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철학교육을 시키라고 권한다. 만3세부터 아이의 뇌가 발달하고 사고력, 인지능력, 감성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엄마들은 경쟁적으로 아이에게 지식을 주입시키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황 교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에게 암기, 기억, 계산과 같은 도구적 능력 계발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의 시험 점수를 올리거나 눈앞의 현실적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독립적 인격체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며. 철학을 통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올바른 가치관, 지혜롭고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은 평생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철학이란 현자들의 사상체계를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 즉 사고방식 그 자체다.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글을 쓰면서 논리적인 이치를 터득하고 그런 바탕 위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을 교류하면서 앞으로 ‘나는 어떤 가치관으로 살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곧 아이의 철학하기이다.

미국의 철학자 매튜 리프먼은 어린이 철학교육 보급에 앞장선 인물. 리프먼은 상벌식교육 대신 논리적인 교육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아이가 부모의 말에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법칙이나 사회질서를 따르도록 일깨운 뒤 스스로 판단하고 그 결과도 자신이 책임지도록 가르치는 방법이다.

가령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 아니면 밥을 안 먹겠다고 떼를 쓰면 먹이지 않는 것이다. 숟가락 들고 쫒아다니면서 밥을 먹일 게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지면 아이는 밥을 먹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처럼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하게 되면 아이의 행동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된다는 논리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나서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재판관이 돼 아이들이 자기 입장을 말할 기회를 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의 입장에 서서 판단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즉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배우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깨치게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도 일방적으로 읽어만 주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는게 중요하다. 이야기의 줄거리와 책을 읽은 느낌을 물어보는데 이때 아이가 하는 말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듣고 완전한 문장으로 말했을 때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날 읽은 책은 다음날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 아이에게 책의 내용에 대해 다시 물어보면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영국의 초등학교 교실에는 교과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한 책을 도서관 등에서 찾아 읽는다. 영국 교육에서는 획일화와 단선화가 아닌 다양화와 복선화를 추구한다. 이런 교육은 개성을 존중하고 가치와 도덕성을 가르침으로써 사회에 적응시키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도록 만든다.

황 교수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힘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보다 질문을 많이 하게 해야 합니다.그러면 공부에 저절로 흥미를 갖고 스스로 알아서 하며 배운 것을 사실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다각도로 고민해보는 창의성을 키우게 됩니다. 이런 교육 방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표현하는 능력 뿐 아니라 문제를 깊이있게 파헤쳐 해결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익히게 됩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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