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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쟁이‘구직낭인’될까 두렵다”…로스쿨 3년생의 장탄식

  • 기사입력 2016-04-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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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보다 쉬운 시험으로 알려지고
‘실력없고 빽으로 자격증’ 편견속
5회 불합격땐 구직시장 내몰려



“변호사 시험(변시)에 떨어지면 ‘낭인’이 되는 사람 많을 걸요.”

서울 유명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A(27) 씨는 ‘변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변시낭인’이 될 수 있다는 걱정부터 털어놨다. 변시낭인이란 변시에 응시할 수 있는 제한 횟수 5번의 시험에서 모두 떨어지고 구직 시장을 헤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변시 불합격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로스쿨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A 씨는 무엇보다 “주변에 불합격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변시가 일반적으로 “사법고시보다 쉬운 시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출받은 학비는 많고, 30대를 웃도는 나이에 구직을 해야 하는데 별다른 경험은 없고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A 씨는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진출한 사람도 있지만 법학석사 경험을 살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대부분 불합격자는 마음의 상처와 빚을 떠안고 구직 시장을 헤매는 ‘낭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제 5회 변호사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처음으로 ‘변시낭인’이 생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차례 시험에 응시하도록 횟수를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시험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로 로스쿨 1기생이 졸업한지 5년째여서 돌아오는 회 차부터 이들은 더 이상 변시를 볼 수 없다.

이번 5회 시험에서 5번 연속 지원한 사람은 모두 96명이다. 올해 응시자들의 합격률을 고려해 이중 30여명이 합격한다고 하면 대략 60여명의 변시 낭인이 등장하게 된다. 시험을 거듭할수록 합격률이 낮아지는 변호사시험의 기존 통계를 고려하면 이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시낭인’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행 첫해 212명이었던 변시 불합격자는 매년 증가해 5회인 올해 1283명에 이른다.

매년 입학정원의 약 75%인 1500명 수준으로 결정되는 합격자에 비해 누적 응시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변시낭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은 변시 준비에만 몰두한다. 로스쿨 설립 취지였던 특성화 교육이 사실상 무색해 지는 것. 서울 사립대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B(26) 씨는 학교에서 변시 과목이 아닌 수업은 ‘찬밥신세’라고 했다.

B 씨에 따르면 변시 과목인 ‘민사소송법2’의 경우는 수강생이 몰리고, 같은 내용 강의도 서너 개 열린다. 반면 특성화 과목인 ‘언론법’이나 ‘엔터테인먼트법’ 등 과목은 수강생이 모자라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 판례를 연구하는 학회는 변시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는 “현 상황에서 로스쿨은 비싼 변시 학원일 뿐 특성화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변시낭인’ 문제가 로스쿨 제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응시제한이 사라질 것이며, 변호사 시험이 ‘사법고시화(化)’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도권 사립대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C(32) 씨는 “5번이나 시험에 응시한 수험자가 쉽게 변호사의 길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누군가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시험 횟수 제한 규정이 폐지될 것으로 전망하는 로스쿨 학생들이 많다. 이미 1996년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응시제한이 폐지되면 수험생들은 기약없이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것”이라며 “변호사시험이 또 하나의 사법고시가 된다면, 결국 로스쿨이라는 비싼 진입장벽만 생긴 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시가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일정 점수만 획득하면 합격하는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만 충실히 이수하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학생들의 특성화 교육이 가능하고 사법고시와 다른 다양한 법조인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최근 잇따른 고위층 자녀들의 로스쿨 부정입학 논란은 걱정거리다. C 씨는 “어느새 로스쿨 학생들이 ‘실력 없고 돈으로 자격증을 산다’는 편견이 생겼다”며 “섣불리 합격률을 높이자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로스쿨 학사를 투명하고 엄정하게 해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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