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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자율성 어디로 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비정부’ 시민단체
[헤럴드경제=원호연ㆍ구민정 기자] 어버이연합에 전경련과 재향경우회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 시민단체들의 자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시민단체 재정의 상당부분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열악한 재정 상태로는 국가와 이익단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익사업 보조금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행정자치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NPAS)이 지난해 10~11월 국내 718개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예산 중 정부 보조금 비율은 평균 25.2%에 달했다. 전체 예산의 4분의1이 정부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

반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인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는 비율은 전체 예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3.5%에 불과했다. 자체 수익사업으로 충당하는 8.6%를 더해야 그나마 절반을 간신히 넘었다. 이 조사가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응답한 단체의 재정 상황만을 보여주는 만큼 전체 시민단체의 재정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경련의 시민단체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의 자율성 문제가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많은 시민단체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열악한 상황이라, 검은돈이 오고갈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 1999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사업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공익사업을 공모해 국회와 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지원대상 사업과 지원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돈을 받으려다 보니 정부ㆍ여당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권의 주력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대한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혈액 수급 등 비영리 활동을 하면서 시내 중심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헌혈의 집을 운영하거나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선 국고 보조금이 필수”라며 “보건 복지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원법에 의해 지원이 필요한 시민단체가 있다면 국고 지원금을 받는 것은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지난 이명박정부 이후 안보 교육관련 단체들에게 지원금이 몰린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보호나 문화재 보존 등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국가 지원은 원칙적으로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보조금이 배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공익사업 보조금 지급액 중 ‘국가안보 및 국민안전’ 분야 지원금 비중은 2014년 25%에서 2015년 29%로 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청년실업과 양극화, 복지정책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과 복지증진’ 분야 보조금 비중은 2014년 28%에서 2015년 24%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이념단체에 편중되는 것에 대해 김영명 한림대 정치학과 교수는 “활동분야도 모호하면서 특정 정파적 이익을 사실상 대변하는 단체들이 공익적 활동이라고 포장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나 각종 유관기관들이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부 돈을 받는 것을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회비를 내는 ‘진성회원’을 늘리고 자체 수익사업을 진행해 재정적 독립을 이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참여연대나 경실련이 대표적 사례. 경실련의 경우 예산 중 회비 비중이 67%, 참여연대는 74.5%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개인회원이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당시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경실련이 국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비판이 들어오면서 외부의 오해를 받느니 떳떳하게 활동하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국고보조금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측 역시 “1990년대 감사원 연구용역보고서와 관련해 500만원을 받은 것 외에는 일체의 국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금을 주는 형식 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공익적 시민단체에 자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하고 이러한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정부가 내는, 간접적인 형태의 지원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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