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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 눈속에 ‘비밀’ 있다
-성범죄자, 일반인에 비해 여성아동 사진에 머무는 시간 2배
-민윤기 충남대 교수 연구팀, 성범죄자 안구추적 국내 첫 연구


“지하철 성추행범들을 잡고 보면 30대나 40대의 평범한 회사원이 많고, 의외로 성격이 소심하고 인상이 착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자세히 보면 눈빛부터 다릅니다.”

서울 지하철경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베테랑 형사의 말이다.

지난 몇년 사이 전체적인 강력범죄는 감소하고 있지만,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 범죄는 유독 급증했다. 특히 성범죄자의 범행수법이 날로 은밀하고 교묘해지면서 이들을 추적하는 수사당국의 고충도 매년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특정인의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과 동선만으로 일반인과 성범죄자를 구별하는 학계의 연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돼 향후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7일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민윤기 교수 연구팀이 법무부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 ‘안구운동 추적을 통한 소아성애 성범죄자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과 성범죄자, 소아성애적 성향이 있는 성범죄 간 시선 처리에 있어서 각각 유의미한 차이점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모 대학교에 재학중인 남학생 18명과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ㆍ감호 중인 성범죄자 남성 4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 대학생과 범죄자의 평균연령은 각각 23.9세, 37.9세였으며 정상적인 시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전에 실험절차를 설명하고, 자발적인 참여 동의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안구추적장치를 착용하게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아동여성ㆍ아동남성ㆍ성인여성ㆍ성인남성의 4가지 유형<위 사진> 중 2가지를 무작위로 선정해 보여줬다. 이를 자유롭게 응시하도록 한 후 안구추적장치를 통해 안구움직임과 반응속도<아래 사진>가 측정됐다.

실험 결과, 아동남성ㆍ아동여성ㆍ성인여성을 같이 보여줄 경우 일반인과 성범죄자 간 응시시간에는 특별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아동여성을 보여줬을 경우에는 달랐다. 성범죄자들은 일반인보다 2배 정도 긴 시간 동안 아동여성을 응시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성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와 비성적인 단어를 각각 4가지씩 선정하고, 앞의 4가지 유형의 그림을 조합해 무작위로 보여주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결과를 한국성범죄자재범위험성평가척도(KSORAS) 등 성범죄 지표와 통계분석틀에 적용한 결과 일반성범죄자와 소아성애적 성향을 지닌 성범죄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산출값이 도출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연구기간이 짧고 충분한 성범죄자 표본을 얻지 못해 확고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자극의 형태를 개발해 성범죄자의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결과를 평가한 법무부 측은 “후속 연구를 병행해 소아성애자 등 성범죄자 유형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발전적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범죄자 시선처리와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 가능성도 주목된다. 뇌과학의 권위자인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날 서울동부지검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 “폐쇄회로(CC) TV에 인공지능을 이식한 경우, 골목을 비추다가도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면 그에 맞게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단순 범죄는 물론 대형 테러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 교수는 “하지만 알파고에게 범죄 방법을 학습시키면 완벽한 범죄 기계가 탄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며 “범죄 악용 등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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