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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지역주거환경 위협” 화상도박장 반대투쟁 1072일
용산 성심여중고 인근주민 만취자·노숙자에 골머리
렛츠런CCC 추방 시위 지속
마사회는 “주민과 소통”강조




7일 서울 용산구 마사회 빌딩 좌측에 위치한 작은 천막. 천막 앞에는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라는 간판과 함께 ‘도박장 OUT’, ‘학교앞 교육환경 위협하는 렛츠런ccc 화상도박장 영업 중단하라!’는 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화상도박장 반대 투쟁은 이날로 벌써 1072일째. 1000일이 넘는 기간동안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같은 구호를 반복해 외친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 및 주거환경 때문이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주부 강진이(44ㆍ여) 씨는 “예전엔 경마장이 생기면 신도시처럼 이곳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전 월평동 사례처럼 실제로는 번성해야 할 거리가 유해시설로 가득 찼다”며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애들을 교육시키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민들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뒤 얼마간 경마장 주변 공원에 만취자와 노숙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주민이 도박장에서 화상경마로 돈을 잃고 술에 취한 채 인근 성심여자 중고등학교 후문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엔 마사회 측에서 길거리 담배꽁초 등을 청소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신모(40ㆍ여) 씨는 “예전에 이 지역에 화상경마장 대신 경마장이 있을 땐, 이 지역의 할일 없는 할아버지들이 다 좀비처럼 그곳에서 경마를 했다”며 “애들 보기에도 안좋고, 주민들 보기에도 안좋고, 경마장이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또 있다. 아이들의 교육ㆍ정서에 경마장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용산구 원효로의 성심여자 중고교에서 215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렛츠런문화공감센터(렛츠런CCC) 화상경마장 건물은 학생들에게 좋은 풍경은 아니다. 교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무심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우뚝 솟은 흰 건물이 눈에 띈다.

기자가 경마장 사진을 찍기 위해 3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저쪽이 경마장”이라며 적극적으로 안내를 해왔다. 사진을 찍는 사이 “저기가 뭐하는 데야?”, “말 타는 곳”, “순진하긴, 한방에 인생역전 모르냐”는 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성심여고에 재학 중인 오모(18) 양은 기자에게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마다 경마장이 보이는데, 내가 경마장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그런지 불편하다”며 “심리적으로 (경마장이) 궁금하긴 하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마사회 측은 학교와의 거리가 학교환경정화구역(200m)보다 떨어진 215m이며, 실제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안에 문화시설을 두는 등 지역민과 소통의 장소도 마련했다는 것이 마사회 측 설명이다.

박혜림ㆍ고도예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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