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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처벌 합헌] 소수의견 보니 “생계곤란 여성에겐 최후의 선택”
- 조용호 재판관 “생계곤란 여성에겐 성도덕은 환상"
- “간통죄에 비해 유해성 없고, 피해자도 없어”
- ‘영자’, ‘판틴’ 등 영화속 성매매 여주인공들 거명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헌법재판소가 31일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까지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처벌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9명의 재판관 중 세 명은 반대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조용호(61ㆍ사법연수원 10기) 재판관은 전부위헌을, 김이수(63ㆍ9기) 재판관과 강일원(57ㆍ14기) 재판관은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억압적인 지위에 놓인 여성의 상황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사진=헤럴드경제]

이번에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규정해 자발적으로 성을 판 사람과 산 사람을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조 재판관은 “성매매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조 재판관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성매매를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이 조항이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계 때문에 성매매를 선택하는 여성들로서는 최후의 선택”이라며 “건전한 성도덕 확립이라는 가치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내몰린 여성들에게는 공허한 환상일 뿐”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사진=헤럴드경제]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성매매처벌법을 시행한 지 10년 지났지만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해 형벌의 실효성도 없다”고 평가했다.

조 재판관은 이같은 의견을 내면서 1975년 개봉한 ‘영자의 전성시대’의 영자와 ‘레미제라블’의 판틴, ‘죄와 벌’에 등장하는 소냐 등 영화 속 성매매 여주인공들의 이름을 직접 거명해 눈길을 끌었다. 조 재판관은 “이들이 성매매로 처벌받으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해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비춰 성매매도 더 이상 범죄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통죄가 가족제도를 깨뜨리고 피해자(배우자)가 존재하는 반면, 오히려 성매매는 사회적 유해성은 물론 피해자도 없다는 것이 조 재판관의 판단이다.

조 재판관은 끝으로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스폰서 성매매 등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소시민들을 상대로 한 전통적인 성매매만 처벌하고 사회적 망신을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말해 해당 조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한정위헌 의견을 낸 김 재판관과 강 재판관도 “성매수남을 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라면서도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에 성매매 하는 성판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성판매 여성은 보호와 선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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