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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한 죽음, 어려도 당연한 권리①] 소아암 환자 1만 시대…존엄한 죽음 책임질 ‘호스피스’는 사각지대?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없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호스피스’ 제도만은 이야기가 다르다. 소아암 진단환자수는 1만명을 넘어섰고, 각종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아동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호스피스 서비스만은 노년층에 편중된 채 아동 환자들을 무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둘러쌓인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2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등록된 곳은 총 66개(1108개 병상) 기관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소아암 환자를 비롯한 아동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소아 호스피스 전문 기관과 병상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과 달리 아동 호스피스를 필요로 하는 소아 난치병의 발병빈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소아 난치질환인 소아암의 경우 지난 2010년 1만2206명이던 진료인원수가 지난 2014년 1만3775명까지 증가했다. 게다가 학계에서는 소아암을 비롯해 각종 희귀성 난치병 환자등을 감안해 현재 국내에서 아동 호스피스를 필요로 하는 인구를 20만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의료기관들의 소아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과 준비 상황은 걸음마 수준이다. 홍진의 서울대학교 암병원 호스피스팀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에서 아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전국에 두세곳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다른 병원들 모두 설립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실제 아동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경우에도 전담 병동이나 자체 인력이 있기 보단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수준에 그쳤다.

각 병원은 현실적으로 소아 호스피스 전용 병동을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등록된 한 병원 관계자는 “다른 연령층과 달리 아동 난치병 환자들의 경우 환자와 가족 모두 치료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비해 호스피스에 대한 수요가 적다.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알지만 비용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소아 대상이다보니 특화 훈련된 의료진이나 간호진이 아니고서는 운영할 수 없다는 한계도 설립 의지를 꺾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판단 하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동안 아동 호스피스 서비스를 발달시켜오고 있다.

지난 1982년 영국에서 세계 첫 아동 호스피스 병동인 ‘헬렌하우스’가 설립된 이후 미국은 1983년 비영리기관인 국립아동호스피스기관(CHI)이 설립돼 말기질환아와 가족을 위한 돌봄과 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기관에서 운영중인 아동 호스피스 병동 및 서비스를 통해 매년 5000명의 아동이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 1998년 아동 호스피스 클리닉이 문을 연 독일은 단순히 어린이 환자의 죽음에 서비스를 국한하기 보단 모든 어린이에게 죽음 자체가 ‘인간이라면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겪게 되는 것’이란 인식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를 위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방송(RBB)이 죽음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수업 자료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도 일본은 지난 2012년 오사카 요도가와(淀川) 기독병원 내에 아시아 최초로 어린이 전용 호스피스 병동을 개원했고, 중국의 경우에도 2009년 후난(湖南)성 창사(장사)시에 영국인 진링(金玲)과 남편이 세운 중국 최초 아동 호스피스 센터 ‘나비의 집’이 개원하기도 했다. 대만 역시 1982년부터 어린이 암재단이 설립돼 소아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황애란 연세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가족상담사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진단 초기-투병기-치료 힘들어지는 시기-사별’의 4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2~3단계를 넘어서면 환자나 주변 가족들의 고통도 심해진다”며 “호스피스는 넓게 봤을 때 해당 과정의 고통을 완화하는 작업부터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보 및 시설 확대 등의 적극적인 태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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