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위터 10년]SNS 사랑법?…“귀찮아서 솔로” vs “단속 피해 몰래 연애”
[헤럴드경제=김성훈ㆍ문재연 기자] 소셜미디어(SNS)는 연예 방정식도 바꿔 놓고 있다. 셀카 놀이에 빠져, 140자에 빠져 ‘연예 귀차니즘’에 빠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속을 피해 SNS로 몰래 사랑을 키워가는 이들도 있다. 각양각색의 SNS 사랑법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명암도 달리한다.

일본 지상파 방송국 니혼테레비(日本テレビ)가 올해 성인이 된 20세 일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교제상대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2%에 불과했다. 이는 1995년(50%) 보다 절반 가량 떨어진 수치다. 일본 청년 10명 중 7명은 솔로라는 애기다.

연애보다는 ‘솔로’의 길을 택하겠다는 성인남녀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00년 ‘교제 상대를 원한다’고 답한 20세 남성이 91.6%, 여성이 88.5%를 차지한 반면, 올해 설문조사에서는 각각 63.8%, 64.2%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46.2%는 ‘연애가 귀찮아서’, 45.1%는 ‘개인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나아서’라고 답했다. 연애 귀차니즘이 나 홀로 솔로로 선택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사회평론가 오키 나오키(尾木 直樹)는 “SNS의 발달로 청년들의 정신적 성숙뿐만 아니라 신체적 성숙이 늦어지고 있다”며 “SNS로 일상생활이 모두 연결돼 있다보니 상호 신뢰를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나오키는 그러면서 “예전에는 청년들이 부모 간섭으로부터 자립하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가 가까워져 단짝 친구처럼 지내는 성향이 강해졌다”며 이들을 가리켜 ‘신(新) 러브족’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SNS로 인한 ‘신 러브족’의 증가가 일본 청년들의 연애 기피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사회적으로 자유 연애가 가로막힌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당국의 감시를 피해 SNS로 밀어를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 젊은이들은 ‘틴더’와 같은 글로벌 소셜 데이팅 앱은 종교 경찰의 단속이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일단 인스타그램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물색한 후, 와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서로가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스냅챗으로 사진을 교환하고, 자동차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직접 만남도 갖는다.

수도 리야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디마(19)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스냅챗에 사진을 올리면 관계가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는 거에요”라며 최근 SNS를 통해 3명의 남성을 만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스나 알 케니르라는 한 여성 간행물 필자는 여성 권력의 신장이 SNS를 통한 연애 열풍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사우디의 여성은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전할 권리가 박탈당한 상태고 해외 여행을 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지만, 교육 수준이나 노동 현장에서 권리가 신장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갖고 연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SNS가 있기 전에도 사우디인들은 은밀하게 연애를 하는 법들을 개발해 왔다. 가령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남성이 자신의 자동차에 전화번호를 보이게 전시해 둠으로써 여성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됨으로써 자유 연애가 꽃피고 있다.

압둘라만 알 슈키르라는 사회학자는 “SNS의 사적인 대화 채널이 의미있는 관계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로 인해 미혼자들 사이에 물리적인 접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교 경찰의 단속도 거세지고 있다. WP는 종교 경찰이 커피숍이나 대형몰 같은 오프라인 공간 뿐만 아니라 온라인 토론장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함정 수사까지 진행된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된 투르키(35) 씨는 1년 전 스냅챗을 통해 만난 여성과 만남을 시도했는데 이는 경찰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이혼 위기에 처한 그는 “당국이 점점 미쳐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마드 알 감디라는 메카의 전 종교 경찰 수장은 “SNS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공권력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