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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석 매진, 두 스타 연출가의 작품세계] ②고선웅의 ‘한국인의 초상’
현대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
27개 에피소드 대사·춤으로 표현



‘한국인의 초상’은 ‘오늘’ 그리고 ‘한국’으로 시공간을 좁혔다. 연출가와 배우들이 ‘공동창작’한 ‘한국인의 초상’에는 무려 27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실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12명의 배우가 대사와 춤으로 풀어낸다. 출ㆍ퇴근길 콩나물 시루 같은 대중교통 풍경으로 시작해, 흡연 청소년들을 훈계했다가 되레 흠씬 두들겨 맡는 중년 남성, 성형으로 다 ‘똑같이’ 예뻐진 젊은 여성들,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아들과 폐지줍는 쪽방 노인, PC방에서 낳은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10대 미혼모 얘기까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때론 ‘끔찍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진다. 갓난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남으로 띄워 보내는 에피소드에는 성공 지향주의 사회를 향한 풍자가 함축돼 있다. “잘가라 아들. 강남에서 출세해. 막걸리처럼 뿌옇게 살지 말고 앱솔루트처럼 투명하게.” 결말에 이르러서는 해맑아지는 느낌을 준다. “해를 보는거야, 해 보고 또 해 보는거야. 매일 해보는거야. 따라서 해 봐. 예쁘다. 너도 예쁘다” 같은 대사로 한 시간 반 동안 나열해 놓은 이야기들을 일거에 ‘해맑게’ 수습한다. 무거워지지 않기 위해 샤데이(Sade)의 ‘스무드 오퍼레이터(Smooth Operator)’에 맞춰 칼춤을 추거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을 개사해 부르는 등,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을 이완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저들의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라는 지점에서 가슴 답답함이 남는다. 공연은 3월 28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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