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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 쇼크, 그 이후]인공지능, 아직도 ‘심봉사’ 한국기업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인공지능(AI)’이 한 순간 익숙한 단어가 됐다. 헐리우드 SF 영화 제목으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갑자기 신문지면과 방송,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친구들과 단골 대화 소재로도 등장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만든 진풍경이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원격 영상으로 진행된 최첨단 국무회의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이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가, 증강현실 전문가, 인공지능서비스 개발자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보다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공지능 관련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우리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했다. 구글 ‘알파고’로 대표되는 세계 시장은 지난해 이미 12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또 앞으로도 매년 14%씩 고성장을 계속할 전도유망한 산업이지만, 우리는 아직 인터넷과 게임 등 지협적인 분야에서만 3조~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을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부랴부랴 인공지능 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지만, 착수시점 및 투자 규모 측면에서 주요국에 뒤처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민간 부문의 인공지능 산업 기반 역시 기업 수 및 투자 규모 측면에서 부족한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24개에서 64개로 세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수와 비교할 때 약 2.5%~6.7% 수준에 불과하다. ICT 산업 강국이라는 우리의 위상과 걸맞지 않는 규모다. 대기업의 인공지능 투자규모 역시 미국은 물론, 중국 같은 후발 주자들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실제 ‘알파고’ 쇼크를 가져다 준 구글은 이미 2001년부터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와 연구개발에 나서며 지난해까지 모두 28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중국의 바이두 역시 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담 딥러닝 연구소를 구축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보’, ‘바이카이우스’, ‘킨진’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480억원, 그리고 네이버가 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 인공지능 민간 투자의 사실상 전부다.

이 같은 빈약하고 한 발 늦은 정부와 민간의 관심과 투자는 기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75% 수준,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 기술은 74 수준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 역시 미국의 5%, 일본의 10%에 불과한 306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ICT 인프라부터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인문학과 법, 사회학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협력만이 뒤쳐진 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는 ‘비법’이라는 설명이다. 장 연구위원은 “통신이나 빅데이터 등에서 산업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했던 정부 관료들의 중앙집중식 통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개방과 공유의 패러다임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통신규격에 대한 고집 등으로 시장 실패를 불러왔던 기술관료들의 전횡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인공지능 발전의 선결 핵심 과제다.

‘인공지능’ 산업의 한 축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우리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ICT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고, 또 실력도 높다”며 “구글 알파고 같은 종합 인공지능을 단숨에 만들려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센서와 반도체 등을 움직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기존 하드웨어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적인 소프트웨어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구호로만 그쳤던 ‘소프트웨어 혁명’을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가져온 전 국민적인 쇼크를 시점으로,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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