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알파고를 이세돌이 무너뜨렸다. 이번엔 알파고가 돌을 거두며 포기했다. 알파고가 신은 아니라는 게 입증됐다. “불굴의 투혼을 보낸 이세돌에 경의를 표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13일 열린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 4국에서 마침내 이세돌이 이겼다.
이세돌 9단은 초반 난전을 유도하면서 저돌적으로 임했다. 중반 이후 알파고가 상변에서 거대한 집을 형성했지만, 이 9단이 과감한 삭감 수를 던지면서 중원 대충돌이 일어났다. 알파고는 이후 어이없는 수 2~3수를 두면서 철옹성이긴 하지만 허점이 있음을 내비쳤다.
홍민표 9단은 해설을 통해 “이세돌 9단이 처음부터 난전을 유도하면서 모처럼 이세돌다운 수를 뒀다”며 “외롭고 고독한 기계와의 대결에서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중반까지 이세돌 9단은 수세로 몰렸다. 이 수세를 딛고 역공을 취했고, 알파고가 몇수 어이없는 수를 두긴 했지만 역전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세돌이 2시간 대국 시간을 다 썼을때, 알파고는 1시간 정도 시간을 남겨뒀다. 이후 이세돌은 초읽기에 몰리면서 승리 대국으로 마무리했다.
4국은 ‘이세돌답게’ 싸웠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한다는 시각이 많다. 당초 알파고 전력이 드러나면서 이세돌 9단의 0:5 패배가 예상됐기에 이세돌 분전은 더욱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연욱 9단은 해설을 통해 “오늘이 1~3국보다 100배는 흥미로웠다”며 “이세돌 9단이 이세돌 답게 싸웠다”고 했다.
대국 과정은 정말 피말리는 싸움이었다.
초반에는 기싸움, 중반에는 거대한 집짓기 싸움 형세를 보였으나 이세돌 9단은 중반이후 상변 거대한 알파고 집을 삭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우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세력싸움이 진행됐고, 대국은 중반을 훌쩍 넘겼다.
이런 시점에서 알파고는 어이없는 2수를 뒀다. 좌하귀에서 그냥 한수 선물하는 수를 뒀고, 우변에선 18급 짜리 바둑 초보도 두지 않는 수를 뒀다. 알파고의 허점이 4국에선 중반 이후 노출되면서 이세돌 9단은 침투수를 살렸으며, 승기를잡았다. 1~3국에서의 알파고의 완벽 끝내기를 감안해 숨을 죽였지만, 끝내 이 9단의 승리로 마감됐다.
해설자들 역시 “1, 2, 3국에서도 알파고의 어이없는 수가 결국은 ‘신의 한수’가 된 적이 있어 판단을 유보했었다”며 “역전의 발판을 이세돌 9단이 만든 것은 사실이며 시간을 다 써가며 정말 대단한 정신력과 투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승부처는 중원이었다. 이세돌 9단이 중앙 백집을 일부 살려나오면서 불리했던 바둑은 형세가 미미해졌고, 좌측 흑돌을 추궁하면서 실리를 챙겼다.
앞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4국이 중반을 지나가면서 ‘거대한 집짓기’ 형국으로 돌입했다. 초반 기싸움을 펼치다가 상변과 우변 일대에서 난전을 거듭하더니 둘다 대형 집짓기에 주력했다. 알파고의 집이 클지, 이세돌의 집이 클지, 이 결과가 승패를 결정짓게 됐던 것이 중반부터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중앙 거대한 백집 삭감을 위한 배수진성 강수를 던지면서 양보없는 싸움이 진행됐다.
앞서 알파고가 초반에 많은 수를 집중한 상변에 이세돌 9단은 초강경 침투의 수를 던지면서 난전을 유도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우변에서 비틀기에 나섰고, 상변 일대의 백 5돌을 확실히 챙기는 수를 선택했다. 이세돌 9단은 상변을 포기하는 대신 우변을 포획함으로써 알파고 못잖은 큰 집을 확보했다. 나중에 난전 후 이 9단은 상변 침투수도 상당수 살려냈다.
3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이 1승을 챙김으로써 5국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불굴의 투혼을 또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5국은 15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오후 1시 열린다. 이세돌-알파고 대국은 3승을 거둔 알파고가 이미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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