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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트검사 vs 로봇변호사①] 인공지능 변호사, 인간 검사에 도전장을 던지다
- 인공지능, 법률 영역에 도전장…40~50년來 ‘로봇 변호사’ 등장 가능성
- 국내 최초로 지능형 법령 검색시스템 개발, 일반인 접근성 대폭 강화될 듯
- 법조계 반발ㆍ변호사법 논란 등 극복 과제…“피할 수 없으면 대비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1. “법률 용어 더럽게 어려워요. 지들끼리만 알아들어요.”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에서 열혈기자 공수경(김옥빈 분)이 대한민국 법조계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한 말이다. 주인공인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지원(윤계상 분)은 강제철거 현장에서의 경찰 살해 사건의 변론을 맡아 공권력의 조직적 은폐 사실을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소송은 흐지부지되고 담당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등 달라진 게 없게 된다.

로봇 변호사와 엘리트 인간 검사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그날’이 이르면 40~50년 안에 구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제공=인텔리콘]

#2. 서기 205X년 3월.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변호사 ‘사만다’의 등장으로 전세계 법조계는 큰 혼란에 빠진다. 단순한 운영체계로 출발한 사만다는 모든 나라의 법조문과 판례, 유사 재판과 사건기록 등을 학습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한다. 사건을 수임한 순간부터 의뢰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검사 측이 “완벽하다”고 제시한 증거에서도 미세한 허점을 찾아낸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도 사만다가 재판에서 뒤집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적지않게 있지만 이르면 40~50년 뒤 현실화할 가능성이 충분한 미래의 법조계 풍경이다.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역사적인 대결’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외 법률시장에서도 인공지능과 융합한 새로운 법령 정보 시스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불과 4, 5년 전까지만 해도 바둑은 인공지능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혔다. 인류가 창조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이 바로 바둑이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만 따져도 체스가 10의 120제곱인 반면 바둑은 250의 150제곱에 달한다.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으로 이러한 분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머신 러닝’이란 신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머신 러닝은 컴퓨터에 학습 능력을 주고 스스로 인지ㆍ판단ㆍ예측ㆍ실행 능력을 스스로 키우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알파고 역시 이 개념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사람이라면 1000년 걸릴 100만번의 대국을 불과 4주만에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전문가 영역으로 꼽히는 법률 분야 역시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높은 진입장벽이 허물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IBMㆍ구글ㆍ바이두 등 굴지의 IT회사들은 의료와 금융, 법률 분야까지 활용 영역을 넓히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인공지능과 융합한 지능형 법률정보 시스템 ‘아이리스’의 시연 모습. 단순한 키워드 매칭이 아닌 복잡한 관계망까지 파악해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제공=인텔리콘]

우선적으로 법률 정보 검색 시스템에서 인공지능 도입이 구체화하고 있다. IBM 왓슨이 개발한 ‘로스’(ROSS)의 경우 현재 파산법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변호사와 인공지능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텔리콘 메타연구소(대표 임영익 변호사)가 5년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겨울 ‘아이리스’(i-LIS, 지능형 법률정보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대륙법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융합기술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돼 연구가 이뤄졌다.

기존의 법률 정보 검색시스템은 단순히 키워드를 매칭해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인간 세계의 관계망과 상호 작용, 복잡한 해석 변수 등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인텔리콘 측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이 시스템을 통해 법조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올해 안에 베타시스템을 공개하고 운영을 시작해 이르면 2020년께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지난해 12월 일본변호사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법률정보에 대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호사법 위반 논란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반면 시대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최고의 뇌과학자 중 한 명인 김대식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저서와 강연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강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언젠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계에게도 존경받을 수 현명한 인류로 거듭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인류의 가장 마지막 발명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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