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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대중음악상의 13년 발자취…올해 영예의 주인공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가장 작지만 영예로운 음악상’.

해마다 열리는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는 말 그대로 ‘상 잔치’가 벌어진다. 각 방송사나 대형 음원사이트 등에서 개최하는 시상식들은 ‘수상’의 의미보다 가수들이 한데 모인 축제 정도의 의미가 더 두드러진다. 10대 가수상, 최고의 음반, 최고의 노래 등, 상은 많아지고 다양해져 오히려 ‘상 받는 게 흔해진’ 한국 가요계다.

이 중에서도 가수들이 가장 영예롭게 받아들이는 상이 있다.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오는 29일 13번째 주인공을 가린다. 이를 앞두고 지난달 28일 공개된 후보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기상’ 아닌 제대로 된 ‘음악상’= 한국대중음악상은 지난 2004년 가수의 인지도나 음반 판매량만으로 수여하는 기존 방송사 주도의 연말 시상식이 가수의 음악적 성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취’만을 기준으로 한 대안적 의미의 가요상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한국의 그래미상’을 표방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미국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처럼 대중음악 평론가나 대중음악 기자, 음악전문 방송이나 라디오 PD 등이 ‘선정위원회’로 수상자 선정에 참여한다. 올해 선정위원회에는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선정위원장)를 비롯해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등 69명의 대중음악 관계자들이 두루 포함됐다.

선정위원회는 전해 12월1일부터 당해 11월30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종합ㆍ장르 부문의 1~3차 심사를 거쳐 후보작을 발표하고 한 달여 뒤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상은 ‘상업성보다는 음악성을 기준으로,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지 않고’ 공정한 심사를 한다는 인식을 세워나가고 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적인 가치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모든 부문의 평가를 한다”라며 “음악을 듣는 사람마다 음악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어 다수 선정의원의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주인공은 누가 될까= 총 27개 부문을 시상하는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밴드 혁오와 힙합 뮤지션 딥플로우가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공동으로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다.

혁오는 종합 부문에서 ‘와리가리’로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장르 부문에서 ‘최우수 모던록-음반’과 ‘최우수 모던록-노래’에 후보로 선정됐다. 딥플로우는 앨범 ‘양화’로 종합 부문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후보에, 장르 부문에서 ‘최우수 랩&힙합-음반’, ‘최우수 랩&힙합-노래’에 후보로 선정됐다.

이어 포크 뮤지션 김사월과 보이그룹 빅뱅은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해는 ‘최우수 헤비니스-음반’ 부문이 신설됐다. 선정위원인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상이 대중성이나 시장성보다는 음악적인 성과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그 측면에서 소외받고 있는 헤비니스 음악을 포용하자는 차원에서 이 부문을 신설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현재 대마초 흡연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센스의 수상 여부다. 그가 옥중에 있을 때 발표한 앨범 ‘디 애넥도트(The Anecdote)’는 ‘최우수 랩&힙합-음반’과 ‘최우수 랩&힙합-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복역 중인 가수에게 상을 주는 것이 음악상의 취지에 맞느냐는 질문에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뮤지션에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반이 가진 가치만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이센스가 수상할 경우 소속사 측에 상을 전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까지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던 후보 명단에 올해 ‘주류’ 아이돌의 이름이 다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보이그룹 빅뱅은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원더걸스, 아이유, 에프엑스 등도 후보 명단에 등장했지만, 이전보다는 약세를 보였다. 선정위원인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4~5년간 아이돌 음악에 대해 선정위원이 적극적인 평가를 해 왔는데 올해는 의견을 모아놓고 보니 결과적으로 지분이 좀 줄었다”라며 “창조적인 측면이나 스타일 면에서 약간의 부침을 겪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수상자 보니…= 2004년 초대 시상식에서는 밴드 더더가 정규 4집 ‘더 더 밴드(The The Band)’로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고는 러브홀릭의 ‘러브홀릭(Loveholic)’이, 올해의 가수로는 휘성과 이상은, 빅마마가 선정됐다. 현재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힙합 뮤지션 데프콘도 이 때 ‘최우수 힙합’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승철, 이소라, 조규찬, 윤도현, 이적, 엄정화 등 국내 가요계 굵직굵직한 이름들도 이 상을 거쳐 갔다. ‘올해의 가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부문 등의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한국 대중가요계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을 정도다.

원더걸스는 아이돌 걸그룹 최초로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 ‘텔미(Tell me)’로 제5회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2009년 제6회에서는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어 2010년에는 소녀시대가 ‘Gee’로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해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도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부문을,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뜨거운 감자 등 대표적인 인디 밴드들과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버벌진트 등 국내 대표 힙합 뮤지션들도 모두 한국대중음악상을 거쳐 간 면면들이다.

김창남 교수는 “지난 13년간 수상해 오면서 한국 대중음악 지형이 주류 중심의 시장질서가 여전히 막강한 가운데서도 다양한 장르의 자기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꾸준히 많아지고 있고 그들 활동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이런 뮤지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6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오는 2월29일 오후 7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 이날 시상식은 EBS 스페이스 공감 홈페이지에서도 생중계된다. 각 후보작에 대한 상세 소개는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www.koreanmusicawards.com)에서 살펴볼 수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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