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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파일] 기자가 ‘혐한(嫌韓)’책을 산 이유-① 가토 다쓰야, “검찰, 사과 종용하려 해”

  • 기사입력 2016-01-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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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29일 오후 10시. 귀가하자마자 소포부터 확인했습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의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서울지국장의 수기와 ‘난민 멸시 만평’으로 물의를 빚은 하스미 도시코(蓮見都志子)의 만화집이 도착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혐한(嫌韓) 혹은 반한(反韓)주의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본 기자가 두 권의 책을 산 이유는 같습니다. ‘그들은 왜 한국을 비난하고 나섰을까.’ 그들의 비판의식이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 알기 위해 사비를 들여 구입했습니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저서 ‘나는 왜 한국에 이겼는가’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저서 ‘나는 왜 한국에 이겼는가’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저서 ‘나는 왜 한국에 이겼는가’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해 박 대통령의 명예를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후 “대통령 주변의 생각이나 국민 감정에 의해 법이 뒤틀리는 곳이 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9일, 지난 500일 간의 수사와 재판과정을 담은 수기가 공개됐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수면 아래서(사태 해결을 위해) 산케이 신문에 접촉한 사실을 포함해 ‘암흑 재판’의 이면을 당사자인 가토 전 지국장이 모두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본 기자는 사전주문을 예약해 책이 발매된 당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 및 국민감정에 따라 법이 자의적으로 뒤틀리는 곳이 한국”이라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윤두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반의사 불벌죄) 검찰은 윤 수석의 발언을 박 대통령의 처벌 의사로 간주해 가토 전 지국장을 조사하고 기소했습니다.

그는 소환조사 내내 검찰은 박근혜의 동태와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바빴다고 비판합니다. 법 이행에 충실해야 할 조직이 정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죠. 

1차 소환조사에서 검찰은 가토 칼럼에 나온 ‘레임덕’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권 초기에 있는 한국 정치상황에서 이런 표현은 무리이지 않는가”며 “정권이 흔들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한 기사를 보도했다는 것은 한국 정부 및 대통령을 비방하기 위한 것 아닌가”고 다그쳤다고 합니다. 

하스미 도시코(蓮見都志子)의 ‘그래, 난민하자’ 만화집. 약 80%의 만평이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8월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이뤄진 2차 소환조사에서 가토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오후 9시경, 담당검찰의 상사인 서울중앙지검의 형사 제 1부의 부장이 면회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대화는 조사와 관계 없는 건”이라며 “이번소환조사는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기소를 염두하고 예단한 채 진행하는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가토는 자신의 주임변호사로부터 “검찰 측이 99% 기소방침을 굳혔다는 정보가 검찰내부와 한국 법무부 쪽에서 들리고 있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검찰 간부의 발언에서 오히려 ‘소문이 사실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3차 소환조사에 대한 기록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당시 검찰은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제기가 허위사실이라는 결론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경위 등을 재차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가토 전 지국장의 특파원 임기가 만료돼 사실상 강제수사단계였습니다. 

녹취ㆍ녹화가 이뤄졌던 1ㆍ2차 조사때와는 달리 3차 조사에서 검찰은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가토 전 지국장은 밝힙니다. 그는 “통역인도 전문 통역가가 아닌 일본에서 3개월 산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였다”며 “여러가지 정황 상 갑작스럽게 조사가 결정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는 박 정권 측과 직접 대화를 나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는가”며 “청와대와 화해할 의사는 있는가”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가토는 “사죄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자 검찰은 실망한 눈치였다고 합니다. 그는 “역시 어딘가에서 압력이 들어와 ‘가토를 사죄시킨다’는 장면을 마련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검찰이 가토의 ‘사과’로 사태를 무마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책은 한 가지 질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법치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입니다. 가토 지국장은 “권력에 의해, 국민 감정에 의해 법이 뒤틀리는 것이 과연 법치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가”며 “국가의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때에 국가 원수의 소재를 질문하는 것이, 그것도 외국인특파원이 현지 언론의 기사를 인용해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는가”며 한국 사회에 일침을 가합니다. 

하스미 도시코의 ‘그래 난민하자’ 만화집에 담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비하 만평.

본 기자는 일본에서 3년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기자가 느낀 일본 사회의 특성 중 하나는 사적 공간이나 민간채널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가도 상관없지만 공적 공간이나 공식 채널에서는 반드시 ‘업무나 직접적인 증거, 또는 근거가 절대적으로 합리적인 사실‘에 대한 얘기만 오고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본 기자가 경험한 일본의 성향은 그랬습니다.

일본 입장에서 외국인 특파원의 칼럼에 한 나라의 ‘정부’와 법무기관이 움직인 것은 놀랄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케이가 그동안 아무리 반한(反韓)감정을 조장하거나 한국을 비하하는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인들은 ‘한 보수 성향의 매체가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피력하는 것일뿐’이라고 그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가토 전 지국장도 산케이가 “혐한 매체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일본은 악의 제국으로 매도하는 한국이 일방적인 견해를 시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고 지적했습니다.

가토 전 지국장의 수기는 과연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가토 전 지국장의 수기를 단순히 ‘혐한’적인 글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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